윤석열 당선인 '정시확대'와 고교학점제 '엇박자'
교육부 "인수위 출범 뒤 협의"... 원론적 입장만
정부가 내년부터 입시 전형에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대학에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2025년 고교등급제 전면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데, 정시확대를 외쳐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평가다. 정부는 인수위원회와 잘 협의하겠다고만 밝혔다.
교육부는 16일 '2022~2024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입시부담 완화 등 고교 교육 정상화와 대입 전형의 공정성에 기여한 대학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사업이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교육부는 이 사업을 정시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했다. 서울 주요 대학은 정시 비율이 40% 이상, 수도권 대학은 30% 이상 유지해야 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90여개 대학에 575억 원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인데, 가장 큰 특징은 평가지표에 '고교교육 연계성' 영역이 새로 만들어졌다. 쉽게 말해 고교학점제를 반영한 대입 전형을 잘 개발한 대학에다 더 좋은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와 연관된 평가 지표는 100점 만점에 20점으로 적지 않은 편이다.
교육부 신문규 대학학술정책관은 "고교학점제가 고교 현장에 전면 도입되기 전에 대학들이 그에 맞는 대입 전형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는 올해 직업계고를 시작으로 2025년 일반고에까지 도입된다.
정시 확대, 고교학점제와 상충...대학·수험생 혼란 불가피
문제는 새 정부의 교육 정책과 고교학점제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그간 고교학점제 자체에 대해선 뚜렷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정시 확대'를 외쳐왔기 때문에 고교학점제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교육부 입장이 난처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론 새 정부가 고교학점제를 당장 원점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학생 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제공한다는 고교학점제의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교육계 모두 공감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까진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명분 삼아 새 정부가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선택 과목의 종류를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 일선 대학과 수험생 입장에서는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교육부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신문규 정책관은 "당선인이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수능 모집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이 문제를 포함한 대입 관련한 협의를 위원회와 진행하겠다"고 원론적인 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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