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한 달 가까이 침묵하자
참여자치21 사과 촉구 성명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참으로 죄송합니다."
2020년 1월 11일.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검찰이 광주시와의 관계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이 시장에게 알선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호반그룹으로부터 계열사 아파트 건설 현장에 철근 납품 기회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친동생 이모(65)씨를 불구속 기소한 지 사흘 만이었다. 당시 이 시장은 '민간공원 수사 결과의 진실은?'이란 제목을 붙인 이 글에서 "저 자신도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앞으로 주변 관리를 보다 철저하게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지난달 17일 광주지법 형사9단독 김두희 판사는 이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2018년 1월 호반그룹이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광주시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대가로 김상열 회장에게서 그룹 계열 건설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철근을 납품할 기회를 받았다. 이씨는 그해 7월부터 호반건설산업의 전남 무안군 남악오룡지구 3차 아파트 신축 현장에 가공 철근 6,089톤을 납품해 2억5,573만여 원의 마진을 남겼다. 김 판사는 "이씨가 광주시장을 거래 대상으로 삼아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광주시 공무원의 직무 수행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역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이 시장에게 쏠렸다. 여기엔 이 시장이 도의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책의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침묵했다. 2년 전 동생이 기소될 때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 팩트 체크까지 하며 사과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해 6월 자신의 전·현직 수행비서들이 뇌물 수수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자 이 시장이 사과문을 내어 "비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고 사과하던 때와도 대비됐다.
이 시장이 한 달 가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참다못한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나섰다. 참여자치21은 15일 성명을 내어 "이 시장은 동생의 알선수재 의혹 실형 선고에 대해 도의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 시장이 최소한 동생의 비위 행위에 대한 관리 부족의 책임에 대해 시민들에게 도의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며 "이것이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달라는 시장 후보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직격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 "시장은 친인척 중 누군가가 시민들이 자신에게 위임한 권력을 이용해, 사사로이 이권을 챙기려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고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리"라고 일갈했다. 전날 출입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재선 의지를 드러냈던 이 시장이 동생 문제로 또다시 고개를 숙일지, 아니면 시민단체의 사과 요구를 무시하고 넘어갈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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