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돼 병원 이송된 70대 여성
코로나 양성 탓 수술 못받고 병원 전전
김종필 나은필병원장 감염우려 속 수술
“코로나19 감염 위험보다 환자가 우선이죠.”
사고로 손가락이 거의 절단됐음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탓에 수술을 받지 못하던 70대 여성이, 한 용기 있는 의사의 결단으로 손가락을 지켰다.
사고는 2일 오전 충남 아산시에서 발생했다. A씨(72)는 면발을 뽑는 제면기에 왼손 약지가 끼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119구급대가 A씨를 아산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이 병원에는 수지접합 전문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천안시 대형병원을 찾았지만, 수술 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처치가 중단됐다. 병원 측은 기존 환자들을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시킬 없다고 판단해 수술을 실시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집으로 되돌아갔고 다음날 아산보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의 사정을 들은 천안 나은필병원 김종필(51) 원장이 기꺼이 수술을 맡겠다며 나섰다. 김 원장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수부외과와 외상외과의 세부전문의.
그는 회의를 열어 병원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고 “의사의 도리를 다하겠다”며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이미 하루가 지나 늦어지면 수술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산보건소는 의료진에게 긴급히 방호복을 전달했고, 천안 동남소방서는 음압캐리어를 이용해 A씨를 나은필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A씨가 음압캐리어 안에 있는 상태에서 부상당한 손만 꺼내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원래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환자가 음압캐리어 안에 있어 손만 꺼내 부분마취를 하고 진행했다. 환자가 음압장비에 가려져 상태 확인이 분명치 않아, 김 원장은 환자와 소통하며 1시간 20분 가량의 수술을 이어갔다. 접합 수술은 성공했고, A씨는 천안의료원으로 전원돼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뒤 10일에 다시 나은필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김 원장은 “병원 내 감염 우려가 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면서도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명감”이라며 “제때 치료를 못해 안타까운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여러 의료행정기관, 도의사회, 원내 의료진의 도움으로 수술을 마쳤다”며 주변에 공을 돌렸다.
나은필병원은 단국대병원 교수로 재직하던 김 원장이 대형병원 접근성이 높지 않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난해 개설한 상지접합·미세접합 전문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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