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국제적 이슈로 띄우려는 분위기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해온 일본으로선 러시아가 책임을 망각한 지금이야말로 안보리 개혁의 명분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4일 참의원 예산의원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폭거는 새로운 국제질서 체제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는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도 “안보리 개혁 실현을 위해 온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상임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가들과 함께 현행 5개국인 상임이사국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안보리 개혁을 다시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키고 상임이사국 진출을 이뤄낼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심층분석 코너에서 “1945년 10월 전승국 등 5개국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안보리 체제가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냉정한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제한을 두는 것이지만 그러려면 유엔 헌장을 바꿔야 한다. 헌장 개정은 총회에서 3분의 2가 찬성하고 상임이사국 5개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므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일본 등 주요국을 포함시켜 상임이사국을 확대하고 러시아와 중국이 마음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방안이 ‘차선책’이지만, 이 역시 헌장 개정이 필요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상임이사국에서 러시아만 퇴출시키는 방안도 일부 서방 국가에서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가 1991년 붕괴된 소련을 이어 상임이사국이 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검증해, 퇴출시킬 근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소용이 없다.
신문은 “포기하지 말고 안보리 개혁을 시도하는 한편, 안보리 체제 밖에서의 개혁 노력도 서둘러야 한다”며 주요 7개국(G7) 등 “자유의 가치와 질서를 공유하는 나라끼리 뜻을 모아 안보리 기능을 보충해 가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강제력을 가진 안보리가 이대로 가면 세계 질서가 불안해진다”며 “러시아의 만행을 보고도 개혁하지 못한다면 안보리가 바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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