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뷰 ‘묘진전’ 홍우림(젤리빈) 작가
‘어둠이 걷힌 자리엔’ 소설로 써 내
최근 출간된 홍우림 작가의 장편소설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젤리빈 작가가 쓰고 그린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그런데 소설을 쓴 홍우림 작가가 바로 젤리빈 작가다. 즉, 웹툰 원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설로 쓴 것이다.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영상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하지만 만화가가 소설까지 쓰는 경우는 드물다. 시나리오와 소설이 모두 ‘글’을 매개로 하는 것과 달리 만화와 소설은 각각 그림과 글이라는 전혀 다른 재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내고, 그것도 잘해낸 비결이 무엇일까? 정작 지난 17일 강남구 카페에서 만난 홍 작가는 “둘 다 우연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만화를 좋아했지만 작가 데뷔까진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신 늘 공상을 하고 있었죠. 이 정도 공상이면 사람들과 나눠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2011년 아마추어 연재처였던 다음 리그에 만화를 올렸죠. 그때가 학부 3, 4학년쯤이었는데 2년 정도 아마추어 리그에 머물다가 정식 연재가 결정됐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국 전업 만화가가 됐어요.”
당시 홍 작가가 다니던 곳은 서울대 건축학과였다. 학부 졸업 후 건축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정식 연재 후 묘진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무산됐다. 하늘에서 떨어진 신 ‘묘진’을 중심으로 신화, 민담, 전설을 엮어낸 동양 판타지 작품 ‘묘진전’은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기며 ‘젤리빈’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묘진전’의 예상 못한 큰 성공 탓일까,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가진 차기작은 결국 정식 연재로 이어지지 못했다. “자료 조사도 많이 했는데, 도저히 결말까지 끌고 갈 자신이 없었어요. 결국 전부 엎고 새로 시작한 작품이 ‘어둠이 걷힌 자리엔’이었죠.”
‘어둠이 걷힌 자리엔’ 역시 ‘묘진전’과 마찬가지로 동양 판타지 작품이다. 1900년 경성을 배경으로 기묘한 존재들의 사연이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들인 공에 비해 조회수가 잘 나오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을 때 소설 편집자로부터 제안이 왔다. “만화로 충분히 읽히지 못한 대신 소설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겠다 싶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금방 쓸 줄 알았어요. 소설처럼 자세히 쓴 만화용 시나리오가 있어서 이걸 편집만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런데 막상 써보니 만화를 위한 줄글과 소설은 전혀 다르더군요. 특히 만화에서는 말풍선 속 대화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들을 소설에서는 전부 새롭게 묘사해야 했어요.”
만화와 소설 중 어느 쪽이 더 즐거웠냐고 묻자 “소설이 좋다”는 답이 단박에 돌아왔다. “만화는 시나리오, 콘티 작업, 마지막에 그림까지 그려야 완성이에요. 그쯤 되면 내 이야기긴 하지만 지겹단 생각도 들어요. 완성된 작품을 보는 건 좋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거든요. 소설은 우연한 계기로 쓰게 됐지만 덕분에 매체마다 어울리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만화와 소설 양쪽 분야 모두 활발하게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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