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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아침을 깨운다" 세계 1위 알람 앱 만든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입력
2022.03.16 04:30
수정
2022.03.16 15: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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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개국에서 사용하는 '알라미'로 수출탑도 수상
치매 노인의 생명 구하며 '라이프 세이버'로 알려져

자명종처럼 아침에 사람들을 깨우는 기능으로 세계 1위를 달리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가 있다. 바로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의 신재명(33) 대표가 개발한 '알라미'다.

전 세계 170개국 이상에서 사용하는 알라미는 97개국 '앱스토어'(애플의 앱 장터)에서 1위를 하며 세계 정상의 알람 앱이 됐다. 앱은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모두 지원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이 앱을 내려받은 횟수는 6,000만 건을 넘어섰고 매일 200만 명 이상이 이 앱으로 기상한다.

큰소리로 사람을 깨우는 단순한 기능은 대부분의 알람 앱이 갖고 있지만 유독 알라미가 세계 1위를 한 비결은 무엇일까. 서울 서초동 딜라이트룸 사무실에서 신 대표를 만나 비결을 들어 봤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전 세계 170개국에서 사용하는 세계 1위 알람 앱 알라미를 개발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전 세계 170개국에서 사용하는 세계 1위 알람 앱 알라미를 개발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악마의 앱'으로 통하는 강력한 기능

신 대표는 알라미의 세계 1위 비결로 "단순하지만 일어나게 만드는 강력한 과제 기능"을 꼽았다. 알라미는 독특하게 이용자가 과제를 수행해야 알람이 꺼진다. "과제를 풀지 못하면 하루 종일 알람이 울려요. 그래서 미국에서는 '악마의 앱'으로 부르죠. 견디다 못해 스마트폰에서 앱을 지운 사람도 있어요. 알람 소리는 사이렌부터 음악 등 다양하게 고를 수 있고 직접 녹음해 사용할 수도 있어요."

이용자는 운동, 사진 촬영, 기억 게임, 문제 풀기, 흔들기, 따라 쓰기 등 6가지 분야 중에 원하는 과제를 기상 시간과 함께 설정할 수 있다. "지정된 장소에서 스쿼트 운동을 하거나 집 앞 공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다양한 과제를 이용자들이 정할 수 있죠. 욕실에서 샴푸통에 찍힌 바코드를 찍는 사람도 있어요. 난이도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쉽게 깨지 못하면 가장 어려운 난이도로 맞추면 됩니다." 과제를 해결하면 일종의 보상으로 날씨나 오늘의 운세, 뉴스 등 하루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이 표시된다.

“당신들이 내 목숨을 구했어요”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업체의 회의실이다. 회의실마다 '99매스' '라이프 세이버' 등 독특한 이름이 붙어 있다. "수많은 이용자들이 다양한 사연을 메일로 보내줘요. 이 중에서 특이한 사연을 골라 회의실 이름으로 붙였죠. 99매스는 아침마다 일어나 30분 동안 99개의 수학 과제를 푸는 이용자 사연에서 따왔어요."

라이프 세이버 회의실은 신 대표의 가슴을 울린 어느 외국 할머니의 사연에서 가져왔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다른 질병 관련 중요한 치료약을 먹어야 하는데 이를 기억하지 못해 자꾸 놓친 거예요. 이를 해결하려고 알라미에서 알람이 울리면 옆에 있는 약통 사진을 찍어 올리는 과제를 정해 약을 놓치지 않고 먹게 됐죠. 할머니는 당신들이 나를 살렸다며 우리를 라이프 세이버라고 부른 메일을 보냈어요. 그때 가슴 뭉클한 감동과 앱을 개발한 보람을 느꼈죠."

‘저우’라는 회의실은 중국인 이용자의 이름을 땄다. 이 이용자는 앱이 너무 좋아 기적 같은 아침(미라클 모닝)을 맞고 있다며 보답을 위해 3년 동안 중국어판의 앱 번역을 무료로 도와줬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서울 서초동 회사 내 '라이프 세이버' 회의실에서 명칭과 관련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라이프 세이버'라는 명칭은 치매 노인의 약 먹는 시간을 알려줘 생명을 구한 사연에서 따왔다. 이한호 기자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서울 서초동 회사 내 '라이프 세이버' 회의실에서 명칭과 관련된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라이프 세이버'라는 명칭은 치매 노인의 약 먹는 시간을 알려줘 생명을 구한 사연에서 따왔다. 이한호 기자


“잘 일어나려면 잘 자야 한다” 재워주는 알람도 개발 중

신 대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앱의 쓰임새를 잠드는 기능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취침 시간이 불규칙하면 잠의 질이 떨어져서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기 힘들어요. 그래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수면 유도 기능을 개발해 상반기에 추가합니다. 앱이 매일 잠드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죠.”

취침 알람은 수면을 유도하는 과제를 설정하도록 개발된다. "알람이 울리면 침대 사진을 찍는 등 강제로 침대까지 보내는 과제들을 설정하게 돼 있죠. 또 수면을 유도하는 음악이나 친환경 백색 소음 등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잠에 빠지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올해는 사람들을 재우기 위해 노력해야죠."

또 매일 반복되는 행동들을 지원하는 '루틴' 기능도 개발 중이다. "기상 후 운동이나 명상을 하고 뉴스를 찾아보는 등 되풀이하는 첫 행동이 중요해요. 이렇게 매일 아침 되풀이되는 일들을 알람 앱에서 지원하면 편하겠죠. 루틴 기능도 상반기 중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기상과 취침은 과학이다”

신 대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취침부터 기상까지 사람의 수면 주기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그는 인공지능(AI)과 휴먼컴퓨터인터랙션(HCI) 분야의 전문가인 고민삼 한양대 ERICA 융합학부 교수와 손을 잡았다.

신 대표는 고 교수와 함께 기상 후 심신상태를 숫자로 알려주는 '모닝웰니스지수'(MWI)를 개발하고 있다. MWI는 감정 정보와 수면 관성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된다. 수면 관성이란 눈을 떠도 계속 누워 있고 싶어하는 상태를 말한다. 알람이 울리고 첫 행동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을 측정하면 수면 관성 시간이 나온다. "사람들은 수면 관성 때문에 빨리 일어나지 못해요. 얼마나 빨리 잠들었는지, 수면 관성이 얼마나 이어지는지, 기상 후 감정이 어떤지 등을 물어보고 이를 AI가 분석해 숫자로 알려주는 것이 MWI입니다." MWI는 사내에서 시험 적용 중이며 500명의 지원자를 모집해 실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그는 베개, 매트리스 등 수면용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삼분의 일에 전략 투자를 하며 취침과 수면용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정보기술(IT)을 적용해 온도를 바꾸고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매트리스를 삼분의 일에서 연구하고 있어요."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기상뿐 아니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침 알람 기능도 개발해 상반기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한호 기자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기상뿐 아니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침 알람 기능도 개발해 상반기에 추가할 예정이다. 이한호 기자


대학시절 혼자서 한 달 만에 만든 앱으로 성공

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 전산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신 대표는 원래 자신을 위해 2012년 알라미를 개발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어서 화장실에 자명종 시계를 두고 알람이 울리면 샤워를 하며 잠을 깼어요. 대학 4학년 때 이를 자동화하고 싶어 직접 앱을 만들었죠."

그렇게 혼자서 한 달 반 만에 만든 앱은 효과가 컸다.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2013년 회사를 설립하고 앱을 출시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라미의 존재를 몰랐어요. 당시 이를 알릴 방법도 몰랐고 돈도 없어 막막했죠."

뜻밖에도 앱 출시 2개월 뒤 미국의 라모스 닉시 알람시계가 돌파구를 열어줬다. "알람이 울리면 화장실에 따로 설치한 키패드를 눌러야 꺼지는 단순한 기능의 시계인데 무려 40만 원에 팔았어요. 그런데 2억 원어치가 팔린 것을 보고 놀랐죠. 비결은 미국 IT 전문지 C넷의 보도였어요."

신 대표는 이를 보도한 아만다 쿠서 기자에게 알라미 앱을 알리는 메일을 보냈다.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무작정 라모스 닉시보다 강력한 기능을 가진 공짜 앱이라고 소개한 메일을 보냈는데 다음날 기사가 났어요. 기사가 나고 해외에서 하루에 1만 명씩 앱을 내려받았죠. 그때 언론의 중요성을 실감했어요."

투자를 전혀 받지 않은 스타트업

알라미는 출시 1년 만에 60개국에서 1위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 대표는 여기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벌었다. 광고를 관리하는 플랫폼도 따로 개발해 붙였다. "대학원 시절에 이미 생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벌었죠."

딜라이트룸은 알라미 앱 광고와 일부 프리미엄 유료 구독 서비스 등 두 가지로 돈을 번다. 알라미의 기본 기능은 무료이지만 운동 등 일부 기능은 월 이용료를 내야 사용할 수 있다. "전체 매출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40%까지 올라갔어요. 미국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를 많이 쓰죠."

이를 통해 딜라이트룸은 지난해 매출 130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직원이 20명이니 1인당 생산성이 꽤 높다. 특히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려 지난해 '5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매출 55억 원, 영업이익 20억 원을 기록한 2020년보다 지난해 두 배 이상 성장했어요. 올해 목표도 두 배 이상 성장입니다."

덕분에 신 대표는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 "항상 이익이 나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꼭 어디서 투자했다는 것이 기업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에 인수합병 등 큰 프로젝트를 대비한 투자 유치도 고려하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1등을 하다 보니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직원 복지에 돈을 쓴다. "인력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서 직원들을 위한 운동 시설과 수면실 등을 회사에 마련하고 도서구입비를 무제한 제공해요. 식비와 간식도 제공하고 연차 또한 무제한 사용하도록 하죠. 이런 것들을 복지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기업 문화라고 말해요."

스마트폰에 도사린 함정, 기술로 뚫다

관건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낮은 기술장벽이다. "처음 앱을 개발했을 때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죠. 핵심은 정확한 시간에 사람을 일어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어요."

그가 말한 함정이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의도적인 기능 제한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2'에서 발생한 게임최적화기능(GOS) 제한 논란과 같은 문제다. "구글과 애플이 만든 스마트폰 운용체제(OS) 안드로이드와 iOS 위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만든 또 다른 플랫폼 소프트웨어가 올라가요.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배터리가 빨리 닳지 않도록 일부 기능에 제한을 걸어요. 이 때문에 충돌이 나면 일부 스마트폰 알람 앱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기술력으로 이 문제를 풀었죠."

이를 해결하려고 신 대표는 스마트폰 시험실을 두고 있다. 이곳에 국내외에서 출시된 수백 종의 스마트폰이 구비돼 있다. “각 스마트폰 제조사의 신제품을 모두 갖고 있어요. 여기서 알라미가 정확한 시간에 작동하는지 성능시험을 해요. 만약 시험이나 면접일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늦으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이를 막으려면 철저하게 시험해야죠."

현재 알라미 이용자의 85%는 해외 이용자들이다. 그런데도 신 대표는 올해 해외 시장을 계속 넓힐 예정이다. "미국 이용자가 가장 많지만 더 늘려야죠. 중국에도 진출했으나 현지 법인이 없어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요. 중국법인과 제휴해 수익 을 거두는 것이 올해 큰 목표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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