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야시장, 김태근 스테이크69 대표
14일 오후 7시 대구 북구 칠성동1가 칠성야시장. 대구도시철도 1호선 칠성시장역 4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밝은 조명이 방문객의 이목을 끌고 있는 이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장 3달도 되지 않아 방문객이 뚝 끊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 한쪽 매대에서는 손바닥만한 살치살이 철판위에서 자글자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다가 이윽고 한입 크기로 변신해 '불꽃샤워'를 거쳤다. 새송이버섯과 껍질콩(그린빈)도 함께 철판 위에서 ‘불쇼’의 주인공이 됐다. 김태근(47) 스테이크69 대표가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이다.
김 대표에게 칠성시장은 40여년 전,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닌 추억의 거리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는 그는 “여러 시장 중에서도 유독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칠성시장에 애착이 더 깊다”고 말했다. 그가 장사를 결심한 것은 2018년 가을, 서문야시장을 보면서부터다. 그때부터 김 대표는 식육분야의 경험을 활용해 스테이크를 메뉴로 하고 장사를 구상했다. 그러던 중 칠성야시장의 상인모집공고를 본 그는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9년 11월1일 칠성야시장에 입점했다.
김 대표의 주력메뉴는 살치살스테이크, 김 대표가 직접 사오는 살치살 140g을 철판에 굽다가 버터와 새송이버섯 등을 첨가해 불에 볶듯 구워낸다. 볶은 고기에 김 대표가 직접 제조한 소스와 통깨 등을 뿌리면 한 접시가 완성된다. 조리시간은 길어야 5분, 가격도 1만원에 불과하다. 등심이나 부채살로도 스테이크를 만들지만 살치살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야시장의 스테이크 중 10%만이 살치살”이라며 “희귀하며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면이 있어서 이윤이 많지 않아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매달 1, 2회씩 찾는 단골손님도 생겼다. 김 대표는 “1년 가까이 주말쯤이면 오셔서 스테이크를 꼭 찾는다”며 “이외에도 가족단위, 노인 등 단골이 더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는 장사가 잘됐다. 사람도 많았고 특히 2년 전 코로나19로 2달간 휴점을 감수하면서 매대를 지킨 결과 그해 가을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많을 때는 주말 하루 동안 스테이크가 100개가 넘게 팔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난의 연속이다. 김 대표는 “그때가 최고의 황금기였다”며 “지난 주에 어떤 날은 5개 밖에 못 팔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1㎏당 1만5,000원하던 살치살은 지금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며 “근막과 지방을 제거하면 1㎏에 육박하던 살치살이 500g까지 무게가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무관심이라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김 대표는 “개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칠성야시장을 충분히 알릴 기회조차 없었다”며 “사람들도 배달 주문을 하는 통에 우리같은 상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힘든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아도 이미 식어버린 시장에 발길은 뜸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장사를 고수하는 이유는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이 전부가 아닌 이유 때문이다. 지역 명소를 활용하고 시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선사하는 데 상인으로서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가 더 컸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 광주 등 전국의 야시장을 답사해 환경 등을 파악하는 게 일상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서울밤도깨비야시장을 우수했다고 평가했지만 칠성야시장도 환경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그는 “칠성야시장은 비를 맞지 않아도 되는 곳이고 오히려 비가 오면 앞의 신천까지 있어 운치가 굉장히 좋다”며 “대구시가 신천 쪽으로 돌계단을 놓는 등 정비를 마치면 그야말로 멋진 곳이 될 것으로 자부한다”고 말했다.
대구 야시장은 최근 금~일요일 운영체제에서 화요일을 빼고는 매일 문을 여는 상시체제로 전환하면서 상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아무리 힘들어도 야시장을 지키겠다"며 “악평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니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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