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드라마, 예능이 실시간 대화방으로 대중의 의견을 들어왔다. 시청자들은 이 공간을 찾아 출연자와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때로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고, 때로는 아쉬운 점을 지적하며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채팅방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안기는 글들로 오염되면서 일부 프로그램들은 게시판 폐쇄를 결정했다.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의 제작진은 지난 9일 '미스트롯2' 공식 SNS에 공지글을 올렸다. 이들은 "최근 프로그램 포털 실시간 대화방에 프로그램에 대한 건전한 의견 교환이 아닌 출연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욕설, 특정인의 도배글, 의견 게시인 간의 반목 등이 증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미성년 출연자와 관련된 비상식적인 표현들이 출연자에게 상처를 주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일부 시청자들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도 했다.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통해 실시간 대화방 폐쇄를 결정지었다고 밝혔다. 출연자 보호가 폭넓은 의견 청취와 출연진의 브랜드 강화를 위한 노력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콜센터를 통해 시청자 의견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포털 실시간 대화방의 명과 암
실시간 대화방을 향한 일부 시청자들의 불편한 시선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악플에 가까운 글들이 이 공간에 여러 차례 게재됐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유명 포털사이트의 많은 채팅방에서 욕설을 사용하며 출연자들의 예능감과 연기력을 평했다. "성형 부작용인가. (얼굴이) 흘러내리네" 등 배우들의 외모에 대한 무례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들이 존재했다. 작품과 관계 없는 특정 사이트의 방문을 유도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출연자의 팬덤끼리 싸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측은 스팸 홍보글, 음란물, 불쾌한 표현을 사용한 글들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지만 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채팅창에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글들이 여전히 가득한 상황이다.
물론 실시간 대화방에도 큰 이점이 있다. 이 게시판은 프로그램의 관계자들에게 빠르고 쉽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반기는 제작진도 많다. 티빙 '여고추리반2'의 정종연 PD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내가 스트리밍 라이브를 하자고 우겼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다. 마지막 회에서 폭죽이 터지는데 라이브 채팅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마치 화면 안의 폭죽처럼 박수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화요일은 밤이 좋아'의 제작진은 공지글을 통해 대화방으로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왔다고 알렸다.
일부 시청자들은 실시간 대화방으로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며 프로그램을 함께 보는 즐거움을 누렸다. 친목의 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한 포털 사이트의 SBS 드라마 '사내맞선'의 게시판에서는 네티즌들이 서로의 닉네임을 부르고 안부 인사를 나누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네티즌은 "드라마 분위기와 맞게 좋은 이야기들만 오고 가서 좋다"는 글을 남겼다.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기고 이들의 의견을 제작진에게 전달하는 실시간 대화방의 취지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몇몇 네티즌들이 작성한 폭력적인 글로 게시판이 오염되면서 일부 스타와 팬들은 큰 상처를 받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계자들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