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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공룡' 러시아·우크라 막히자… 산업부터 식탁까지 전 세계가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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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공룡' 러시아·우크라 막히자… 산업부터 식탁까지 전 세계가 비명

입력
2022.03.14 04:30
수정
2022.03.14 08:22
13면
0 0

[뉴노멀 되는 글로벌 원자재 가뭄]
러·우크라 공급 원유부터 곡물까지 급등
네온가스 107%, 크립톤 52.5%↑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장기타격 예고

수출. 게티이미지뱅크

수출. 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 이어, 러시아가 보복성 수출통제 품목 500개를 발표하는 등 ‘핑퐁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에 원자재 가뭄 장기화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공룡’으로 불리던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직접 공급이 끊기자, 원유·가스부터 곡물에 이르기까지 필수 원자재 가격이 연달아 요동치는 원자재 대란이 날로 심화되는 분위기다.

원유·천연가스·석탄… 안 오르는 게 없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한국을 포함한 비(非)우호국가를 대상으로 500개 수출통제 품목을 공개했다. 러시아 관세청이 통제하는 반도체소자, 집적회로(IC) 등 219개는 수출금지, 러시아 산업통상부 등 5개 부처가 관리하는 281개는 수출제한 품목으로 지정됐다. 이번 수출통제는 우선 올 연말까지 적용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제재 대상이 워낙 방대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조치 자체보다는 원자재 수급난이 고착화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우려가 높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미 수출 제한과 항만 폐쇄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 영향권에 든 각종 원자재 가격은 미친듯이 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유다. 올해 첫 거래일(1월 3일) 배럴당 76.08달러에 거래되던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월 7일 장중 130달러를 넘기며 14년 만의 최고가를 찍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유가 예측이 의미 없을 정도로 시장 불안정성이 크다”며 “수급 불안 요인이 촉발되면 기름값은 언제든지 더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각물_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비중이 높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시각물_러시아·우크라이나 생산비중이 높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천연가스, 석탄 시장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러시아의 공급이 불안해지자, 지난 7일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장중 8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세계 생산량의 5%를 맡던 석탄도 최근 연초 대비 150% 이상 뛴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당장 올해부터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80% 줄이기로 해, 향후 국제 에너지 가격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

광물 가격도 요동… 반도체 자동차 업계 긴장

각종 필수광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친환경 전환 수요로 비철금속 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생산 비중이 높은 광물 가격은 더 급등하고 있다. 산업부의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알루미늄(38.2%), 니켈(42.4%), 주석(21.3%) 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크게 뛰었다. 이들 광물의 러시아 생산 비중은 알루미늄 5.4%, 니켈 9.3%, 주석 1.2% 등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직접 영향권에 들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네온가스와 크립톤, 팔라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급 비중이 매우 높다. 우크라이나가 세계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네온가스의 1월 수입단가는 지난해 평균보다 106.8% 올랐고, 러시아 생산량이 43%에 달하는 팔라듐 현물가격은 지난해 평균보다 40% 뛴 상태다.

한국의 반도체 생산용 팔라듐은 러시아산 비중이 33.2%나 된다. 여기에 휘발유나 석유화학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도 러시아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23.4%)하고 있다.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러시아산 대게 모습. 연합뉴스

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러시아산 대게 모습. 연합뉴스


우크라 밀, 러시아 대게… 식탁 물가도 위협

두 나라 생산 비중이 높은 곡물과 해산물 가격도 급등세다.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밀(소맥)과 옥수수 생산량이 많은 우크라이나가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기준 옥수수와 밀 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7.5%, 74.9% 급등했다. 4대 식물성 기름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유 수출 1, 2위국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다.

곡물뿐이 아니다. 한국의 러시아산 대게와 명태(생태)가 90% 이상으로, 자칫 조만간 생태나 대게가 식탁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로 러시아 경유 항공편으로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연어 역시 러시아 영공 폐쇄에 따른 운임 증가로 벌써부터 가격이 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톱니바퀴 같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느 한 곳이 끊길 경우, 특정 산업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원자재 대란으로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산업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 산업은 부품 하나만 부족해도 생산이 어려워지는 만큼 정부가 업계와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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