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소한 피해접수 센터에 11일 기준 192건 접수
코로나19에 수출길 막힌 中企, 벼텨낼 체력도 바닥
중기부, 융자 및 보증 지원 나서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막함에 피로감만 쌓여갑니다."
기계 장비업체인 A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에 보낼 수출품 선적을 마쳤지만 아직까지 선적 대금을 받지 못했다. 러시아행 항공편이 막히고 국제사회의 러시아 물류회사에 대한 보이콧까지 겹치며 러시아 진입이 불가해진 탓이다. A사 측은 "한국으로 회항하면 물류비용만 떠안게 될 판이다"며 답답해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와 거래 중인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기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이달 2일 마련한 중소기업 피해접수센터에는 11일 기준 192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대금결제가 지연·중단된 사례가 135건으로 가장 많았다.
A사와 같이 대금을 못 받은 기업들의 경우엔 선적 대기 등 물류비까지 추가로 지급해야 할 상황이어서 감당해야 할 손실이 더 늘어날 형편이다. 김희천 중기부 정책국장은 "계약 해지나 납품 취소, 물류 지연‧중단 등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입히는 어려움이 매일 접수되고 있다"면서 "현재 16건은 긴급경영안전자금을 지원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했고, 80건도 조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통관‧검역 애로나 원자재 수입 중단, 수입단가 폭등, 환율 리스크 등의 어려움을 토로한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지난해 기준 6,021곳에 달한다. 기업당 평균 수출액은 51만2,000달러(약 6억2,800만 원)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對)러 수출액은 27억5,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8%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전체 수출 국가 중 10위에 해당한다.
지난달 2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 돌입 이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위기를 버텨낼 체력이 바닥난 중소기업도 적지 않다. 피해 사례를 접수한 중소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곳도 부지기수였다.
서방 국가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러시아 은행 자산동결 및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 결제망 퇴출 등 경제제재가 확대되면서 러시아 은행의 달러 결제가 막힌 점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현지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 러시아 기업이 해외에 상환해야 할 대금 부담이 늘어나는 탓에, 채무 부담이 커진 러시아 기업들은 대금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수출업체의 자금 유동성 악화로 이어진다.
중기부는 긴급 지원을 위해 자금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융자 및 보증을 지원하는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외의 대체국가로 수출 다변화를 지원하고 일방적 거래 중단에 따른 물류비 손해도 보전해 줄 방침이다. 당장 내달 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의 반송물류비와 지체료 등을 수출바우처 지원범위에 포함해 손해를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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