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71) MBC 해설위원이 프로야구 사상 첫 야구인 총재로 추대될 전망이다.
10개 구단 대표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고 허구연 위원을 정지택 전 총재의 후임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허 위원은 최고 의결 기구인 구단주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제24대 총재로 한국 프로야구를 지휘한다. 주로 국내 대기업 오너들로 구성돼 있는 구단주 총회는 현실적으로 개최하기 어려워 조만간 서면 결의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총재의 임기는 3년이지만 새 총재는 지난달 8일 사퇴한 정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31일까지 총재직을 수행한다.
지난 2일 3차 이사회에서 3시간여의 마라톤 회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던 이사진은 이날 1시간도 안 돼 허 위원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대표이사들이 뜻을 모은 만큼 총회 통과는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0주년을 맞는 프로야구 역사상 야구인 출신 총재는 허 위원이 처음이다. 고(故) 하일성 전 KBS 해설위원이 사무총장을 지낸 적이 있지만 총재는 기업인과 정치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때로는 야구계의 의견과 배치되는 인물이 총재로 부임하면서 '낙하산 논란'도 있었다.
허 위원은 뼛속까지 야구인이다. 경남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는 1970년대 실업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에서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1985년 최연소(당시 나이 34세) 프로야구 감독(청보 핀토스)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롯데 코치(1987년),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연수(1990년) 등 잠시 현장에 몸담은 시기를 제외하고 한 평생 마이크를 잡았다. 특히 하일성 전 해설위원과 함께 '국민 해설가'로 쌍벽을 이루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발음한 '대쓰요(됐어요)', '베나구(변화구)' 등은 그의 유행어가 됐다. 프로야구 역사를 꿰뚫고 있는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한 허 위원의 입지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최근 젊은 야구인들이 마이크를 점령하고 있지만 허 위원이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이유다.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허 위원은 대한야구협회 이사를 지냈고, KBO 규칙위원장,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야구발전위원장,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회 위원장, KBO 총재 고문을 역임했다. 야구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쓴소리 덕에 '허프라(허구연+인프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프로야구 인프라 확충에도 애써 왔다. 9구단 NC와 10구단 KT의 창단에도 기여했다.
10개 구단이 모기업 관계자 또는 구단주 대행이 돌아가며 총재를 맡는다는 암묵적인 원칙을 깨고 이번에 허 위원을 총재로 추대한 것도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를 구할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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