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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꾸준히 관리하면 건강한 삶 유지 가능

입력
2022.03.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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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종민 교수


# 77세 김명자(가명)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손 떨림과 굼뜬 행동으로 걸을 때 친구들에 비해 뒤처지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 단순히 수전증이라 생각하던 김 할머니는 최근 들어 다리 떨림까지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김 할머니는 예상치도 못했던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수전증과 파킨슨병의 차이

보통 손 떨림 증상은 일시적일 때가 많습니다. 손 떨림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본태성떨림증(수전증)과 파킨슨병인데, 본태성떨림증은 큰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방치하면 몸이 서서히 굳어 결국 죽음에까지도 이를 수 있으므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입니다.

손 떨림으로 두 질환을 구별하는 방법은 손 떨림의 시기와 떨리는 양상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본태성떨림증은 물건을 집거나 어떤 행동을 할 때 손이 떨리는 반면에, 파킨슨병은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게 됩니다. 또한 본태성떨림증은 대개 양쪽 손 모두에 떨림 증상이 생기고 손이 위아래로 떨리는 반면, 파킨슨병은 한쪽 손에서 먼저 떨림이 시작되고 위·아래가 아닌 앞뒤로 떨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파킨슨병이란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 중 하나입니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라는 영국 의사가 발견해 붙여진 병명으로, 최근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환자 수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65세 이상에서는 100명당 1, 2명 정도의 비율로 발병하고 있으며,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6만~1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뇌 속 기저핵이라는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서서히 파괴되면서 뇌 기능의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초기에는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손과 다리의 떨림 증상으로 시작되는데, 증상이 지속되다 보면 인지기능 저하 및 기타 정신적 증상과 기립성 저혈압증, 변비, 소변장애 등 여러 증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다양한 증상들을 종합해 진단하는 질환인 만큼, 파킨슨병은 특정한 검사 장비를 이용해서 수치를 재는 식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경과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보통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PE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혈액화학검사, 자율신경계검사 등 여러 검사들을 참고해 파킨슨병을 진단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MRI로는 정상적인 뇌와 파킨슨병에 걸린 뇌의 구분이 잘 되지 않지만, 최근에는 영상기술 발달에 힘입어 MRI를 특수한 기법으로 찍어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이상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약물치료와 규칙적인 운동 병행해야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습니다. 대신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해나갈 수 있습니다.

또 파킨슨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이 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파킨슨병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가 처방해주는 좋은 약과 환자 스스로 하는 운동, 이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세계 어디를 가도 모두 같습니다. 약효를 내는 작용 원리에 따라 대략 대여섯 계열로 나뉘고, 각 계열에 속하는 서너 가지의 약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약들의 조합은 무궁무진합니다. 어느 약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어떤 약들을 조합할지, 용량은 어떻게 조절할지, 일상생활 리듬에 따라 어떤 약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지 등에 따라 무한한 가짓수의 약물치료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약을 같은 용량으로 사용하더라도 환자마다 약효의 정도도 다르고 부작용도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약물치료를 찾아 의사와 환자가 함께 치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간혹 치료를 시작하고 5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져 더 이상은 치료가 어렵다는 ‘약물효과 소진현상’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불안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과장된 표현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적의 약물 조합을 계속 찾아나가면서 치료를 이어갈 수 있으며, 지금도 수많은 연구진이 새로운 약을 개발하거나 기존의 약을 개량해 효과는 더욱 높이면서 부작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약물치료법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약물만큼이나 중요한 치료법은 바로 환자 스스로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야말로 파킨슨병이 진행하는 것을 늦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


스트레칭 효과 운동이 좋아

파킨슨병 환자들은 움직임이 어렵기 때문에 걷기, 수영, 체조, 요가와 같이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운동이 좋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한 시간 정도씩, 힘들면 30분씩 두 번이라도 걷기 시작하세요.

TV를 볼 때도 스트레칭을 하거나 서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신의 체력에 맞춰 시작하되, 꾸준히 걷는 시간과 거리를 조금씩 늘리면서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운동뿐만 아니라 고른 영양 섭취는 물론,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인 위장장애를 해소하는 데 과일과 채소가 도움을 주므로 챙겨 먹는 것이 좋습니다. 단, 씹거나 삼키는 기능이 약해지면 음식물을 잘게 썰거나 무르게 요리해 섭취하는 것이 좋고, 금주·금연은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파킨슨병은 발병하면 5년 이내에 사망하는 환자가 25%나 되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그 탓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파킨슨병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왜 하필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파킨슨병에 걸린 걸까’ 하고 비통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치료법과 치료제 개발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합병증을 감소시켜 정상인의 평균수명과도 큰 차이가 없어진 만큼, 너무 좌절감에 빠질 필요가 없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 의사가 모두 합심해 치료 방향을 설계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가면 충분히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주의사항>

1) 지금까지 해왔던 일상생활과 일을 계속해서 이어간다.

2)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 즐거운 마음가짐을 가진다.

3)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회활동을 지속한다.

4) 생활이나 움직임이 어렵다면 의자, 소파, 잠자리 등 주변 환경을 개선해 본다.

5) 여가 시간을 즐기고 취미를 가진다.

6)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필요하면 재활치료를 받는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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