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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미그-29 전투기 우크라이나 제공은 미국의 ‘계륵’

입력
2022.03.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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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분해 후 수송 어려움, 러 자극 확전 우려
美 "우크라이나 공군에 도움 안 돼...위험 부담만"
의회, 136억 달러 규모 우크라이나 지원안 준비

폴란드 공군이 보유 중인 미그-29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공군이 보유 중인 미그-29 전투기. 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의 미그(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문제가 미국에 ‘계륵’이 되고 있다. 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이 제공권을 확보하는 데 미그기 지원도 필요하지만, 전투기 수송 어려움에다 러시아에 확전 신호를 던지기는 싫다는 게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다.

결국 미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폴란드의 미그기 제공 제안에 확답을 미루는 모습이다. 다만 폴란드에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2개 포대를 배치하고, 러시아의 폭탄 공격을 비난하는 것으로 러시아 압박 수위는 유지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열린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는 폴란드 미그 전투기 제공 문제를 두고 질의 응답이 오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폴란드의 미그-29 전투기가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사용돼야 하는지와 관련해선 병참 지원의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항공기를 분해한 뒤 조립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전쟁 중 전투기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정보당국은 미그-29의 우크라이나 이전이 단계적 조치로 오인될 수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의 심각한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의 효율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위험 부담이 있는 모험”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토드 월터스 미군 유럽사령관은 우크라이나군에는 대전차 및 대공 무기 추가 지원이 미그-29 전투기 지원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앞서 폴란드는 8일 28대의 미그-29 전투기 전체를 독일 주둔 미 공군 람슈타인 기지에 넘겨 미군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운용하기에 익숙한 미그기를 제공하는 대신 미국의 F-16 전투기를 폴란드가 넘겨받는 방식의 거래를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즉각 부인한 데 이어 여러 이유를 대며 이 문제 이슈화를 피하는 형국이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와 비행장 제공을 전쟁 개입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고 밝힌 터라 미국은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 간 직접 충돌을 피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폴란드가 전투기를 독일로 보내 재도색 작업을 거친 뒤 비(非)나토, 비유럽연합(EU) 국가인 코소보 등으로 옮겨 우크라이나 공군이 챙기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지원도 쏟아지고 있다. 하루 전 폴란드 패트리엇 포대 추가 배치 지원에 이어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136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 규모 군사ㆍ인도주의ㆍ경제 지원안을 마련했다. 백악관이 요구한 64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또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하거나 ‘가짜 깃발 작전’을 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방 공격에 당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공격의 빌미를 만드는 군사작전을 뜻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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