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제비갈매기에게서 배우는 넛지마케팅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북극제비갈매기(Arctic tern)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옮겨 다니는 새다. 북극의 여름인 4~8월에 북극에서 번식하고 새끼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남극으로 이주해서 여름을 보낸 후 이듬해 4월 북극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연간 이동거리는 7만900㎞에 이른다.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북극제비갈매기는 새끼를 강인하게 키운다. 북극제비갈매기는 다른 새들과 달리 새끼에게 먹이를 잘라서 먹여주지 않고, 어미가 가져온 먹이를 새끼가 직접 먹도록 한다. 또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먹이를 멀리 던져주고 힘들게 걸어가서 먹도록 유도한다. 새끼는 먹이를 먹기 위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체력을 기르게 된다.
흔히 '부드러운 개입'으로 번역되는 '넛지이론'은 옆구리를 꾹꾹 찌르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넛지(nudge)'에서 나왔다. ‘넛지’란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넛지이론을 마케팅에 적용한 ‘넛지마케팅’이 많은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넛지마케팅이란 북극제비갈매기가 먹이로 새끼를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작은 개입을 통해 소비자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달의 민족은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2019년 주문앱에서 ‘일회용품 안 받을게요’라는 기본 버튼을 추가했다. 그 결과 한 달에 700만 건가량의 친환경 주문이 이뤄져 월 10억 원가량의 일회용품 비용과 쓰레기 처리 비용이 감소했다. 185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일회용품 거부 버튼 하나만 추가했는데, 기업의 비용 절감과 사회적 편익 증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일방적 전달이 아닌 우회적인 접근이나 부드러운 권유를 강조하는 넛지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기업, 사회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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