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라야 시멀리 '우리의 분노는 길을 만든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가 폭로됐다. 애슐리 저드를 시작으로 귀네스 팰트로, 앤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피해자 수십 명이 목소리를 냈다. 와인스타인이 제작한 영화 '킬 빌'에서 주연을 맡았던 우마 서먼은 또 다른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 말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라며 분노를 눌렀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비평가인 저자는 유년기부터 성년기까지 가정, 학교, 일터에서 여성이 분노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분석한다. 모순적이게도 여성은 현실에 화가 나도 맘대로 화를 낼 수 없다. 저자에 따르면 그간 여성은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고 분노를 감추도록 학습해왔다. 자존심을 제쳐두고, 수치심을 숨기고, 야망을 축소하도록 훈련받아 왔다는 거다.
사실 분노는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마땅한 '권리'며, 사회를 바꾸는 힘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와인스타인 사건은 미투 운동을 촉발시켰다.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각계각층의 여성은 억눌린 분노를 표출했다. 미투는 여성 스스로, 사회가 이들의 분노를 인정하고 귀 기울이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혼자 목소리를 내면 고립감을 느끼기 쉽지만, 분노 앞에 여성은 혼자가 아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화를 내라. 목소리를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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