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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물자 부족해요" 우크라이나 요청에 한국 '밀덕'들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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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물자 부족해요" 우크라이나 요청에 한국 '밀덕'들이 나섰다

입력
2022.03.09 15:00
수정
2022.03.0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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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티즌, SNS 통해 우크라이나 돕기 정보 제공
군수품 부족 소식에 '밀덕'들 기부 행렬 이어져
전술장비 제조업체도 대사관에 제품 제공
군에서 직접 반출한 군수품 기부는 불법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도착한 기부 군수물자가 놓여 있다. 지모씨 트위터 캡처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도착한 기부 군수물자가 놓여 있다. 지모씨 트위터 캡처

전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국내 '밀리터리 덕후(밀덕)'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현지에서 군수 물자가 모자라다는 정보를 접한 밀덕들이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품들을 흔쾌히 꺼내놓기 시작한 것.


국내 누리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사이트 마비되자 SNS 계정 열어

6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회의실에서 지모(가운데)씨가 군수 물자를 기부한 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지씨의 트위터 캡처·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지씨 계정을 공유한 모습

6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회의실에서 지모(가운데)씨가 군수 물자를 기부한 이들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지씨의 트위터 캡처·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지씨 계정을 공유한 모습

20대 지모씨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홈페이지가 먹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곧장 대사관에 연락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문서 번역을 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번역 업무를 계기로 그는 대사관 측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씨는 1일 우크라이나를 돕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전달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었다. 그는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우크라이나 현지의 군수 물자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군수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답을 받았다. 이후 그는 해당 SNS 계정에 군수물자 기부 정보, 대사관 관련 정보, 대사관 요구 사항 등을 올렸다.

그러나 상당수 누리꾼들은 해당 계정이 진짜인지 그리고 그곳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믿을 만한지 의심했다. 지씨는 "신뢰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론 기부에 차질이 생겨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지씨는 대사관 측에 자신의 계정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고, 대사관 측은 7일 그의 계정을 팔로(Follow)했다. 지씨에 따르면, 현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트위터가 팔로하고 있는 계정 중에 한국어로 운영 중인 계정은 지씨의 것이 유일하다.

군수 물자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직접 전달하거나 택배를 통해서 기부할 수 있다. 기부 물품은 대사관 측의 검사 및 분류 작업을 거친 뒤 현지로 전달된다. 지씨는 "현재 물건을 우크라이나로 직접 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수물자 부족' 소식에 밀덕들 기부 나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기부를 받은 군수물자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 왼쪽 사진. 트위터 캡처. LMG 택티컬이 기부한 군수 물자. 트위터 캡처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기부를 받은 군수물자들이 창고에 쌓여 있다. 왼쪽 사진. 트위터 캡처. LMG 택티컬이 기부한 군수 물자. 트위터 캡처

해당 계정에 군수물자 기부를 요청하는 내용이 올라오자 밀덕들이 나섰다. 국가 차원에서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개인들이 비살상 목적의 군수물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우크라이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차모씨는 우크라이나 민간 공장에서 군수품을 직접 사서 모으는 '밀덕'이다. 그는 6일 지니고 있던 우크라이나 군인 전투복, 방탄복 등을 기부했다. 그는 "해외 배송 비용 때문에 5만 원 하는 전투복을 9만 원에, 10만 원 상당의 방탄복은 20만 원에 사서 수집했다"면서도 "물건은 나중에라도 다시 구할 수 있으니 지금은 급한 곳에 기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모씨는 6일 전투복, 전투화, 탄창 파우치, 방한용품 등을 택배로 기부했다. 정씨는 "기부한 물건들 가격은 개당 10만 원 안팎"이라면서 "요즘에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장비들이라 무료로 주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차씨와 정씨 모두 지씨의 SNS 계정을 통해 정보를 얻어 기부했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전술장비 제조업체도 기부에 동참했다. 전술장비 제조업체 LMG 택티컬 대표는 3일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방문해 방탄조끼, 탄창 파우치 등을 전달했다. LMG 택티컬 측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사관 관계자는 SNS에 "더할 나위 없는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지씨는 "혼자서 500만 원어치 군수품을 가져온 기부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1차로 모인 군수품만 약 50kg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민간인들이 폭격 우려로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람들의 구조나 보호를 위해 발전기나 통신장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우리 군에서 직접 반출한 군수품을 유출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김호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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