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협상 테이블에 자국 경제제재 관련 내용 올려
이란, “우크라 침공 대러 제재가 협상 영향 주면 안돼”
“러시아, 이란 견제해 에너지 소득 증대 속셈”
러시아 거부권 행사로 11개월 협상 무위될 수도
1년 가까이 진행된 서방과 이란의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 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타결을 눈앞에 두고 다시 표류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각종 경제제재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탓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JCPOA 복원 협상의 이란 측 협상 대표인 알리 바게리-카니가 최근 갑자기 협상 장소인 오스트리아 빈을 떠나 귀국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그가 이탈하면서 11개월여 만에 막바지에 도달했던 협상 타결이 무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란 대표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떠난 이유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받게 된 제재를 JCPOA 복원 협상과 연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對)러시아 제재가 JCPOA 복원 협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5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 등 서방의 각종 제재가 이란과 러시아 간 교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서면보증을 미국에 요구했다. 이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겉돌자, 타결이 시급한 이란이 러시아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도 이날 이란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의 제안은 JCPOA 복원 협상 타결에 건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이어 협상 타결을 미룰 경우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도 지연되는 만큼 ‘전쟁 자금’이 필요한 러시아가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수출 소득을 증대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란의 협상 상대인 6개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 가운데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이를 악용한다고 보는 셈이다.
이로 인해 협상 타결이 끝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협상 의장인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빈 회담을 끝낼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우려했다.
이란은 2015년 서방 국가들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포기와 서방의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JCPOA를 체결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한 뒤 경제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였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하고 지난해 4월부터 협상이 재개됐고, 지난달 '이란은 5%를 초과하는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6개국은 동결된 이란 자산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합의문 초안이 마련되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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