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이효리를 떠올릴 만한 이른바 'Y2K(Year 2000)' 패션이 돌고 돌아 2022년에 상륙했다. 골반바지와 배꼽티부터 길거리를 수놓던 벨벳 트레이닝복 세트, 비니, 어그부츠 등 '구시대의 유물'을 찾는 1020 세대가 부쩍 늘어서다.
7일 패션계에 따르면 올해 패션 트렌드는 '뉴트로'와 '복고', 특히 그 중에서도 2000년대 초반을 의미하는 Y2K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Z세대에게는 새롭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번 시즌 여성복 트렌드로 Y2K 패션을 꼽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Y2K 패션은 일부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시도해보는 '그들만의 유행'에 국한됐지만, 올해 들어 대중적인 인기가 눈에 띄게 커졌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패션 플랫폼 판매량 증가세다.
월간 순이용자 수(MAU)가 370만 명에 달하고 특히 1020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지그재그 분석에 따르면 지난 1, 2월 두 달간 Y2K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배(6,043%) 증가했다. 검색은 판매로 이어졌는데, Y2K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거래액은 같은 기간 18배(1,762%) 늘었다.
최근 Y2K 열풍을 이끄는 건 '로우라이즈'다. 밑위 길이가 짧아 골반에 걸치듯 입는 바지나 치마를 의미하는데,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가 2022 봄·여름(S/S) 컬렉션에서 내놓은 미니스커트와 바지가 대표적이다. 국내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발빠르게 로우라이즈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초 지그재그 내 로우라이즈 검색량은 전년 대비 37배(3,664%) 증가했고, 거래액 증가율은 10배(979%)에 달했다. 로우라이즈 하의와 함께 입는 크롭티, 크롭탑, 크롭니트 등은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이 각각 40%, 193%, 131% 상승했다.
앞서 겨울 시즌에는 2000년대 '국민 겨울신발'로 불렸던 어그부츠의 인기도 반짝 높아졌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어그(UGG) 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치솟았고, G9는 올해 초 털부츠 관련 매출이 4.4배나 늘었다. 길어진 바지에 통굽 신발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ABC마트는 올해 봄·여름 유행으로 'Y2K 패션과 플랫폼 슈즈'를 꼽았다.
챔피온, 리(LEE) 등 1990년대 추억의 브랜드들도 몇년 전부터 다시 1020 세대 손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데님 브랜드 리(LEE)는 16년 만에 국내에 재출시되자마자 무신사 판매 랭킹 10위 안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홍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보이 런던, 트루 릴리전 등도 인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취향과 개성이 뚜렷한 Z세대가 가장 열광하는 건 톡톡 튀고 화려한 패션이 주를 이뤘던 1990년대 세기말 감성"이라며 "해외 명품은 물론 국내 브랜드에서도 관련 상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 당분간 Y2K 유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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