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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기표 용지 반려했더니 2번 기표 용지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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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기표 용지 반려했더니 2번 기표 용지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

입력
2022.03.07 04:30
수정
2022.03.07 07:15
3면
0 0

확진자용 임시기표소 봉투 안에
특정 후보 기표된 투표용지 버젓이
쇼핑백·쓰레기봉투에 투표용지 보관
투표참관·본인확인 절차도 부실 논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20대 대선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관리돼 논란이 거세다. 이미 기표된 투표용지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투표자 본인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등 갖가지 문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가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란 새로운 투표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이런 혼란이 오는 9일 본투표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갖가지 문제가 전국적으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서울 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부터 확진자 사전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몇몇 투표소에선 기표된 투표용지가 재배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확진자가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용지를 봉투에 넣어 전달하면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를 꺼내 투표함에 넣도록 방침이 정해졌는데, 실무상 착오 등으로 투표용지를 꺼내지 않은 봉투가 다른 투표 대기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를 찾은 이현순(49)씨에 따르면, 이씨가 받은 임시기표소 봉투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다. 이씨는 이에 항의하고 다른 봉투를 받았는데, 이번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불신감이 든 이씨는 비확진자 투표가 모두 끝나길 기다렸다가 직접 투표함에 기표 용지를 넣었다. 이씨는 "선거 관리가 너무 엉망"이라고 질타했다. 이 투표소에선 이씨처럼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은 사람이 2명 더 있었고, 이를 문제 삼아 투표 중단을 요청한 참관인과 이에 반대하는 투표자가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에서도 유권자 6명이 이재명 또는 윤석열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현장 사무원들이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대신 투표함에 넣는 과정에도 논란이 빚어졌다. 특히 투표용지가 든 봉투가 종이상자나 쇼핑백, 심지어 쓰레기봉투에 담겨 보관되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게시되면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천 중구 동인천동 투표소에선 확진자 6명의 투표지가 선거사무원 실수로 폐기되는 일도 발생했다.

투표 참관, 본인 확인 등 법정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서울 강서구청 투표소에선 참관인 없이 투표가 진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강서구는 오후 6시 비확진자 투표가 끝난 뒤엔 확진자도 구청 3층 투표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참관인들이 방호복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제 자리에 앉길 거부한 것이다. 또 확진자는 기표에 앞서 '본인 여부 확인서'를 제출한 뒤 투표용지와 봉투를 받도록 돼 있는데, 지문 확인이나 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본인 인증 절차가 허술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본투표 때도 문제 재연 가능성"

이런 난맥상을 두고 선관위 실책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선관위는 본투표 당일 확진자 수를 최대 100만 명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과소 추정이 될 공산이 크다. 이날 0시 기준으로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20만8,782명으로, 여기에 격리 기간 7일을 대입해 단순 계산하면 본투표일 확진자 규모는 140만 명을 넘는다.

9일 투표 당일에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예컨대 보건당국 업무량 증가로 확진 통보가 2~3일 이상 늦어지고 있는데도 오는 7, 8일쯤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투표 당일까지 확진 통보를 받지 못한 사람에 대한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안내 문자 등 확진자 관련 일체의 사항은 보건당국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날 확진 통보를 받은 김모(57)씨는 "사전투표 논란을 보니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진다"면서 "열나고 몸도 힘든데 추운 날씨에 2~3시간씩 실외에서 버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신당1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강모(66)씨는 "오후 5시에 맞춰 갔는데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어 1시간 넘게 기다리고서야 투표할 수 있었다"며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로 논란이 커지자 투표를 안 하고 되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을 직권 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단체는 "이런 후진적 선거가 다른 선거에서도 지속될까 매우 우려된다"며 "철저한 수사로 위법 행위가 밝혀지면 일벌백계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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