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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야~" 해풍 맞아 더욱 알싸하고 영양 풍부한 으뜸 봄나물

입력
2022.03.07 0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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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우리 고장 특산물 : 서산 달래
국내 유통 물량 70% 전국 최대
가격 상승으로 100억 판매 돌파
철분과 칼슘 등 풍부한 황토 최적
기계화 어려워 대부분 수작업 정성
'서산 달래' 브랜드화 10억 정부 지원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달래가 재배되는 모습.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달래가 재배되는 모습.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면서, 봄기운이 서서히 대지를 감싸고 있다. 봄이 되면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나물. 그 중에서도 알싸하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달래는 봄나물 중 으뜸이다. 달래를 송송 썰어 넣은 달래 간장이나 고춧가루, 깨소금과 함께 버무린 달래 무침은 향기만으로도 봄기운을 물씬 느끼게 한다. 전국 최대 달래 생산지인 충남 서산시는 그래서 일찍 봄이 찾아온다.

서산, 전국 달래 생산량 70% 차지…연간 1,200톤

달래는 매운 맛(알리신 성분)과 상큼한 맛을 동시에 품은 나물이다. 열량이 100g당 46Kcal로 낮고, 비타민 A·B1·B2·C 등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은 밥맛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특히 봄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춘곤증 극복에도 달래는 효능이 있다.

충남 서산시 운산 농협에서 전국 마트로 출하되는 서산 달래가 트럭에 실리고 있다.

충남 서산시 운산 농협에서 전국 마트로 출하되는 서산 달래가 트럭에 실리고 있다.

달래는 야생초라, 예전에는 산과 들에 자생하는 달래를 캐서 요리했다. 달래를 최초로 재배한 지역이 바로 서산이다. 고(故) 이용식 선생이 1963년 논둑에서 자라던 달래 종자를 채취해 연구하고 시험 재배했으며, 1966년 전국 최초로 달래를 농작물로 출하했다. 1970년대 비닐하우스 재배로 확장했고, 1990년대 이후 판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서산은 국내 최대 달래 생산지로, 전국 유통 물량의 70%를 차지한다. 현재 총 552 농가가 284.7㏊ 면적에서 연간 1,000~1,200톤을 생산한다. 통상 달래는 8㎏ 한 상자에 평균 5만~6만 원에 거래되지만, 지난해엔 8만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덕분에 2020년 88억 원 수준이던 서산의 달래 판매액도 지난해 100억 원까지 늘어 농가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유수항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가좌1리 이장이 달래를 세척하고 있다.

유수항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가좌1리 이장이 달래를 세척하고 있다.

유수항(73) 운산면 가좌1리 이장은 "달래는 경작 면적 대비 수익이 높은 고부가가치 작물"이라며 "시골이라 표가 안나지만 주변 농가 중에선 알부자들이 꽤 있다"고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달래 생육 최적의 토질ㆍ기후

황토 땅에서 갓 캐낸 서산 달래.

황토 땅에서 갓 캐낸 서산 달래.

서산의 토질과 기후는 달래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철분, 칼슘,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황토가 달래 재배에 안성맞춤이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갯바람도 다른 지역 달래보다 단단한 육질과 특유의 향을 내는데 유리한 조건이다. 달래는 20도 내외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온도 조절만 적절히 하면 한 해에 서너 번 연작도 가능하다. 다만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잎줄기가 시들어 여름에는 재배가 어렵다. 파종 후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라기까지 45일 정도 걸린다. 서산에서는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달래를 생산한다.

기계화 어려워 수작업…"정성이 맛의 비결"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가좌1리에 위치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달래를 수확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가좌1리에 위치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달래를 수확하고 있다.

재배 환경이 좋다고 달래 농사가 쉬운 것은 아니다. 씨뿌리는 것부터 수확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기계가 도움을 주는 부분은 스프링클러로 물을 공급하는 정도다. 달래 농사를 45년째 짓고 있는 송봉안(92)씨는 "다른 농작물은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달래는 잎 줄기 뿌리가 연약해 기계로 뽑을 수가 없다"며 "수확 시기가 되면 이웃 사람들이 돌아가며 품앗이로 일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달래 수확이 한창인 비닐하우스를 들어가면 눈이 아릴 정도로 달래향이 가득하다. 달래 캐는 사람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년층이지만, 손발이 척척 맞아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한 사람이 쇠스랑으로 흙을 찍어 달래를 캐면, 서너명이 흙을 털고 골라내 100g씩 고무줄로 묶었다. 묶음 달래는 비닐하우스 맞은 편에 마련된 세척실에서 흙을 씻어낸 뒤, 한 상자에 80개씩 담아 8㎏ 단위로 출하했다.

서산 달래 명품 브랜드화 구축

충남 서산시 운산 농협에서 달래를 소분해서 재포장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운산 농협에서 달래를 소분해서 재포장하고 있다.

달래의 본고장이 서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0년대 초반까지 '운산 달래' '해미 달래' '음암 달래' 등 각기 다른 명칭으로 판매됐기 때문이다. 서산시는 이에 2013년 전국 최초로 서산 달래를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했다. 서산 달래를 브랜드로 만들어 전국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서산 달래는 2016~2018년 3년 연속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에서 지역특산물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정부 지원 사업으로도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한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2년간 10억 원을 지원 받는다. 맹정호 서산시장은 “서산 달래의 품질 향상과 작업 효율화를 위해선 공동경영체 육성이 중요하다”며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서산 달래가 명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산=글·사진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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