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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SNS에 재갈 물리는 러시아… CNN·BBC 등 "현지 보도 일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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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SNS에 재갈 물리는 러시아… CNN·BBC 등 "현지 보도 일시 중단"

입력
2022.03.05 11:29
수정
2022.03.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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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의회 '가짜뉴스 형사처벌' 법안 통과 영향
통신 당국은 페이스북, 트위터 접근도 막아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방송 본사. BBC와 미국 CNN방송 등 서방 미디어들은 러시아 내 취재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런던=EPA 연합뉴스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방송 본사. BBC와 미국 CNN방송 등 서방 미디어들은 러시아 내 취재 활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런던=EPA 연합뉴스

서방 언론사들이 러시아 내 보도, 취재 활동 중단에 나섰다. 러시아 군사 활동에 대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러시아 의회에서 통과된 까닭이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독립언론을 압박한 데 이어 이제는 서방 미디어에마저 재갈을 물린 셈이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마저 차단시키면서 현지에서 '진실'을 파악하기란 한층 더 어려워졌다.

4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서방국 언론사들은 잇따라 러시아 내 업무 중지 방침을 밝히고 있다. 미국 CNN방송과 영국 BBC방송, 캐나다 공영방송 CBC 등은 이날 “현지 상황을 살펴 다음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러시아에서의 활동 중단 소식을 전했다.

이는 러시아 의회의 법 개정 이후 나온 조치다. 전날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만일 이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땐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군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외국이나 국제기구를 상대로 러시아ㆍ러시아인의 제재를 촉구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률도 통과시켰다.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만 있으면 곧바로 발효된다.

언론이 러시아군 활동에 대한 객관적 보도와 러시아군ㆍ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무력 분쟁 상황에서 서방과의 정보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 같은 법률 제정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존 미클스웨이트 블룸버그통신 편집장은 “독립적 기자를 범죄자로 바꿔놓는 형법 개정 탓에 러시아 내에선 외관상으로라도 정상적인 저널리즘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팀 데이비 BBC사장 역시 “독립적 저널리즘을 이뤄내는 과정을 범죄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언론사는 러시아 바깥에서 러시아어 뉴스를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BBC 웹사이트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 등과 함께 접속이 차단됐다.

전날에는 러시아의 몇 안 되는 독립 언론 가운데 하나인 반(反)정부 성향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TV 방송 ‘도즈디(비)’가 검찰과 언론 감독 당국의 압박으로 문을 닫았다. 러시아 검찰은 앞서 이들 매체가 자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수군사작전과 관련한 명백한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 활동 및 폭력을 촉구하는 정보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게재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특히 이 매체들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을 ‘침공’이나 ‘전쟁’ 등으로 표현하고 러시아 군인 피해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 등에 대해 보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과 관련한 보도에서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만을 전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SNS마저 옥죄기로 했다. 러시아 통신ㆍ정보기술ㆍ미디어 감독청인 ‘로스콤나드조르’는 4일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을 차단시켰다. 이유는 ‘거짓 정보’와 ‘러시아 매체 차별’이다. 로스콤나드조르는 페이스북 차단 결정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이후 페이스북이 RT,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국영 매체의 접근을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최근 러시아 국영 매체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러시아 국영 언론 계정과 이들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콘텐츠도 강등 조치했다.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나 검색 결과에 잘 나타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접근을 어렵게 한 셈이다.

트위터 제한 조치는 ‘가짜 뉴스’ 탓으로 돌렸다. 당국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대한 허위 정보 유포 때문에 이미 이달 초 트위터의 속도를 늦추는 조처를 했다”면서 이 같은 제한조치 해제를 위해 트위터는 금지 콘텐츠를 삭제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방 언론이 러시아를 떠난 데 이어 SNS까지 막히면서, 러시아 시민들은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관영 매체 외에는 정보 접근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메타’의 닉 클레그 국제업무 부사장은 성명에서 “곧 수백 만 명의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가족, 친구와 연결되는 일상적 방법을 빼앗기고 침묵 당한 채 신뢰할 만한 정보에서 차단된 자신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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