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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소년범 혐오'하는 심은석 역..."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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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소년범 혐오'하는 심은석 역..."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입력
2022.03.06 14:17
수정
2022.03.06 14:33
21면
0 0

'소년심판',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부문 3위
김혜수 "심은석 역 책임감 막중해
촬영장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준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가 4일 화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가 4일 화상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김혜수의 대사로 시작한다. 4일 화상으로 만난 김혜수(52)는 첫 대사에 대해 "이게 대부분 우리가 소년 범죄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감정이 아닐까"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만 그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는 혐오에서 그치지 않는다. "혐오는 하되, 법관으로서 책임을 갖고 어떤 판결을 이끌어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라는 김혜수의 설명처럼 심은석은 사건의 실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며 그 이면의 문제를 고민한다.

'소년심판'은 지방법원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하는 소년 범죄를 다룬 10부작 드라마로 지난달 25일 공개 이후 국내외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기준 '소년심판'은 넷플릭스의 최근 주간 순위 차트(2월 21~27일)에서 비영어권 TV부문 3위에 올랐다. 김혜수와 넷플릭스의 첫 협업인 이 작품은 심은석(김혜수), 차태주(김무열), 강원중(이성민), 나근희(이정은) 판사가 겪는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매회 다른 소년범이 극에 등장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판사 역을 맡은 김혜수. 넷플릭스 제공


가정폭력, 살인, 성매매 등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소년범. 소년이자 범죄자고, 범죄자이자 소년인 이들에게 가정과 사회는 과연 제 역할을 다했는가. '소년심판'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김혜수는 "오늘 처분은 소년범에게 내리지만, 이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껴야 한다"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대사를 통해 "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소년범을 비난하지만 과연 우리가 이들에게 어떤 사회를 조성했는지, 어른들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이끌었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거운 메시지를 왜곡 없이 전하기 위해 김혜수는 소년재판을 직접 참관하고, 10여 명의 법관을 만나며 작품을 연구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도 "실제 사건이나 인물을 염두에 두고 연기하기보단 우리 사회가 당면한 소년 범죄, 현주소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이번 작품은 현장에서 서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했다""준비 과정부터 촬영까지 한순간도 쉽지 않았고, 쉬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대중이 드라마로서의 흥미뿐 아니라, 그 이면에 공감해 사회적 인식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비하인드 스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비하인드 스틸. 넷플릭스 제공

36년 차 연기 베테랑인 그에게도 신념을 유지하는 심은석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자이자 동시에 비행 청소년인 서유리(심달기)를 대할 때 상대 역인 차태주 판사와 대립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때 심은석은 설득이 돼도 본인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제 마음이 흔들려서 리허설을 하다가 양해를 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소년범'을 묻자 그는 "이름을 적어왔다"며 메모를 꺼냈다. 소년범 백성우 역에 배우 이연, 한예은 역에 황현정, 성폭행 피해자 강선아 역에 강채영을 언급했다. 그는 의상 피팅 때 배우 이연을 처음 보고는 "정말 백성우 같아서 심장이 떨리더라.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저력이 있다는 게 상당히 고무적이었다"며 당시 느낀 감정을 전했다.

그는 "소년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려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년 범죄는 재발률도 높지만, 그 이면에 정말 많은 아이들이 변화를 하기도 한다고 해요. 이게 바로 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와 다른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걸 끝까지 놓지 말고 고민하고, 사회적 제도나 시스템이 구축돼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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