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단일화 평가절하... "국민 믿고 간다"
"남녀 가르면 안 돼".. 2030 여성 막판 공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세상에 잔파도가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 성사된 윤석열 국민의힘ㆍ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의 파급력을 애써 무시한 것이다. 지지층의 동요를 막고, 또 결집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후보는 서울 종로 보신각 터에서 열린 유세에 등장해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고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인 1표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인의 정치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운명과 미래를 결정한다” “국민을 믿는다" "역사를 믿는다” 등 유권자들에게 정략적 단일화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돌발 변수의 충격파가 컸던 탓인지 이날 서울 유세에서 나온 대부분의 발언은 야권 단일화를 공박하는 데 할애됐다. 이 후보는 영등포 유세에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 국민주권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도 함께였다.
발언은 많았지만, 이 후보는 시종 절제된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오전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을 예방한 뒤 취재진에 내놓은 첫 메시지도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는 짧은 문장뿐이었다. 유세 현장에서도 야권 단일화를 직접 비판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윤석열ㆍ안철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식 야합”이라고 맹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격은 당이 맡고 이 후보는 민생, 통합 등을 강조하는 역할 분담”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긴장감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가 4일 사전투표 첫날 서울 소공동에서 투표한다고 밝혔다. 원래 강원 속초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유세하려던 계획을 바꾼 것이다. 야권 단일화 소식이 알려진 후 선대위 안에서 “서울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일정을 급히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초박빙이라고 한다. 10표 차이로 결정 날지 모른다고 한다”며 지지층 총결집을 호소했다.
그간 발표한 여러 ‘여성 공약’을 집대성해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남녀ㆍ세대를 편가르며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면서 “이런 나쁜 정치를 이번에 반드시 끝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남자(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해 여성가족부 폐지, 성인지 예산 삭감 등을 공약으로 내건 윤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종로 유세에서 20, 30대 여성 7,431명이 이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여성 표심이 움직이는 게 감지된다”며 “초박빙 구도에서 청년 여성들의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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