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이스라엘의 중동 지역 안보 파트너
숙적인 이란 견제하기에 무작정 비판 어려워
"이스라엘 행보 너무 소극적" 자성 목소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보는 이스라엘의 셈법이 복잡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홀로코스트 추모센터에 폭격 피해를 입히며 전 세계 유대인들이 들끓었지만, 아직까지 이스라엘 정부는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고 있다. '적의 적은 친구'라는 국제 관계에서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오랜 숙적인 이란을 견제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균형 전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하는 타당성은 높지만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면 국익, 특히 안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러시아는 유대계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신나치’로 규정하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1일엔 키이우의 TV 타워를 폭격하는 과정에서 바이빈 야르 홀로코스트 추모센터까지 피해를 입혔다. 근처에 있던 유대인 묘지도 폭발과 화재로 손상됐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다음날 연설에서 “전 세계의 유대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비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유대인 민족국가를 자청하는 이스라엘은 러시아 규탄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2일 “우리는 추모센터의 신성함이 보존·존경되길 촉구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을 뿐,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진 않았다. 지난달 25일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나프탈레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미온적인 태도는 중동 안보 전략에서 러시아가 핵심적인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러시아군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한 후 중동 지역의 헤즈볼라(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세력)나 친이란 무장단체를 공격하고 있다. 러시아가 숙적 이란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유리하다. 실제 마이클 헤르초그 주미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도덕적 명분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대(對)이란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이 ‘국익만을 위해 전쟁의 참상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가디언에 “이스라엘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은 나라들도 분명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제재에 동참하겠다곤 했지만 결정이 너무 늦고 작은 도움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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