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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사랑과 슬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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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사랑과 슬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에 관하여

입력
2022.03.03 16:00
수정
2022.03.03 18:06
14면
0 0

신간 'H마트에서 울다'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미셸 자우너 성장 에세이

미국 최대 한인 슈퍼마켓 체인 H마트 보스턴점. H마트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최대 한인 슈퍼마켓 체인 H마트 보스턴점. H마트 인스타그램 캡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상실과 애도의 감정은 뜬금없는 순간에 들이닥치곤 한다.

저자에게 그런 순간은 아시아 식료품점 H마트를 찾았을 때다.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저자는 2014년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저자 나이 스물다섯, 어머니 나이 쉰여섯일 때의 일이다. 책은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로 시작한다. 딸을 끊임없이 몰아붙인 지독한 잔소리꾼이었던 한국 엄마의 사랑 표현법은 음식이었다. '세계 전통 식품' 범주로 매대 한 칸에 아시아 식품을 파는 일반 슈퍼마켓과 달리 H마트는 한국 먹을거리로 가득하다. 따라서 저자에게 H마트는 식재료만 파는 곳이 아니다. 엄마와의 추억, 절반은 한국인인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공간이다.

미셸 자우너. ⓒHélène Tchen

미셸 자우너. ⓒHélène Tchen

'H마트에서 울다'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자우너의 '사모곡'이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과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담아 미 주간지 뉴요커에 발표한 동명의 기고문이 바탕이 됐다. 책은 음식을 매개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저자의 치유기이자,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여성 예술가로서 소수자의 좌절과 혼란을 극복하는 성장담이다.

미국에서 지난해 4월 출간된 원저는 뉴욕타임스 '2021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에 포함됐다.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 발행·408쪽·1만6,000원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지음·정혜윤 옮김·문학동네 발행·408쪽·1만6,0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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