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관 기업·교민 지원, 내놓기 난감한 정부
금융 제재 피할 우회로, 비효율 커
"러 제재, 국제관계·국익 고려 결정"
정부가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 제재에 본격 합류하면서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과 현지 교민을 보호할 '우산'의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내 기업·교민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피할 대안을 선뜻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말로만 러시아를 제재한다고 국제사회에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해진 러 제재, 흐려진 자국민 보호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러시아 주요 7개 은행에 대한 거래 정지를 선언하고 독자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라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누그러뜨리는 행보였다.
반면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만 해도 국내 기업·교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던 정부의 자국민 보호 메시지는 흐려졌다. 독일 등 러시아와 교류를 많이 하는 유럽국가들이 제재에 따른 후폭풍을 고스란히 겪는 와중에 한국만 우회로를 모색한다고 인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뾰족한 국내 기업·교민 지원책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은 물건값을 받지 못하고 수출길까지 막힐 위기에 처했다. 또 현지 유학생·교민에게 유학·생활 자금을 송금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스위프트 결제망 이전에 활용되던 '텔렉스'로 금융 거래를 이어갈 순 있는데 보안, 속도가 한참 뒤처진다. 스위프트 배제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등 제3의 국가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 수출 대금을 주고받는 방법 역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뒤늦은 FDPR 협상, 불행 중 다행
국내 기업·교민이 러시아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건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 이 금융기관들이 스위프트 배제를 적용받거나 오히려 러시아 정부로부터 제재당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나마 정부가 미국과 뒤늦게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적용 면제 협상에 나선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FDPR 면제를 확보하면 러시아에 물품을 파는 수출 기업은 미국 정부 대신 한국 정부 승인만 얻으면 돼 무역 절차가 한결 수월해진다. 다만 FDPR 면제를 받아 수출길이 넓어지더라도 엄격한 금융 제재는 따라야 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이날부터 시행하는 선적 전 수출신용보증의 보증 한도 기간 연장, 보험금 신속 지급도 수출 기업의 숨통을 일부 틔워줄 전망이다. 수출 대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피해를 완화할 수 있어서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시아를 향한 제재 동참은 국제관계, 국익을 고려한 것인데 기업, 교민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측면은 있다"며 "FDPR 면제를 받으면 무역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되지만 금융 제재는 여전히 거래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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