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 같았던 푸틴
침공 일주일 접어들었지만 수도 진입 못해
"러시아, 우크라 전력 분석 실패·저항 과소평가...
푸틴에 직언하는 사람 없었다"는 분석 잇따라
예상은 크게 어그러졌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 위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독립 승인 후 곧바로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부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현실은 아수라장이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했던 러시아군의 승전고는 울릴 줄 모른다. 친(親)러시아 괴뢰 정부 설립은커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각 조짐조차 없다. 되레 정쟁으로 갈라졌던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한데 뭉쳤다. ‘침략자’를 몰아내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총을 들면서 러시아군을 애먹이고 있다.
이렇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속전속결과 멀어진 원인으로 ‘정보 실패’가 꼽힌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수의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정보당국의 실패가 명백하다”고 입을 모았다. 푸틴 대통령 최측근 이너서클 그룹이 ‘심기경호’를 위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12월 31일부터 지금까지 22년 넘게 철권통치를 이어오면서 자신의 권력을 뒷받침할 최측근을 중용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푸틴 대통령은 이 소수의 ‘인(人)의 장막’ 속에서 전쟁을 논의해 왔는데, 이들이 푸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침공 6일째였던 이날까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함락에 실패했다. 서방 정보당국자들은 입을 모아 침공 첫날(지난달 24일)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공항 점령 실패를 대표적 ‘정보 실패’ 사례로 꼽았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인근에서 공군 거점을 마련한 뒤 최정예부대를 수도로 진격시켜 빠르게 장악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장비 부족과 작전 오판으로 호스토멜공항을 점령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 전력과 전투의지를 얕잡아본 탓이다.
서방 정보당국자들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파악에 실패했으며 △민중의 저항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는 침공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로 한정되면서 상황을 오판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국방 전문가는 FT에 “러시아군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며 “독재정권의 최고 권력자에게는 언제나 듣고 싶은 말을 해 줄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나 러시아군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긴 할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러시아군이 결국은 얻은 것 없이 패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다른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최근 수개월 동안 푸틴이 고립되어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정보만 계속 전달되는 만큼 그의 결정도 오판에 기인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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