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주택 위법의심거래 3,787건 적발
17세 청소년, 부모 돈 14억으로 57억 집 매수
편법 증여 받은 연령대 30대가 최다
조부모에게 5억 원을 물려받은 5세 '금수저' 손주가 부산 지역 14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였다. 17세 청소년은 부모 재산 14억 원을 받아 서울의 57억 원 아파트 주인이 됐다. 이들의 매수 방식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였다. 정부는 이 같은 증여를 편법 행위로 보고 국세청에 조사를 맡겼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 매매를 분석해 위법의심거래 3,787건을 적발,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자금조달계획 등 거래신고 내용을 상시 모니터링해 위법 가능성이 높은 이상 거래(7,780건)를 선별한 뒤 조사했다.
위법의심거래는 편법증여가 2,24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계약일 거짓신고(646건), 대출용도 외 유용(58건), 업·다운계약(22건), 법인자금유용(11건) 등도 적발됐다. 편법증여는 30대(1,269건)에서 가장 많이 이뤄졌고, 미성년자 중 가장 어린 나이는 5세였다. 10억 원 이상 증여 사례는 24건이었다.
편법증여 의심 사례 중 규모가 가장 큰 금액은 64억 원으로 확인됐다. 30대 A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77억5,000만 원에 매수하면서 자금조달계획서엔 13억5,000만 원에 대한 출처만 소명했다. 나머지 64억 원의 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는 A씨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편법증여가 강하게 의심된다고 판단해 A씨의 거래 관련 자료 일체를 국세청에 넘겼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벌여 탈세 협의가 확정되면 미납세금을 추징하게 된다.
또한 B씨는 서울 강남 소재 아파트를 29억 원에 매수하면서 부친이 대표인 법인으로부터 약 7억 원을 조달했다. 법인자금유용 및 편법증여가 의심된 거래다.
C씨는 부친의 지인과 서울의 아파트를 약 11억 원에 매매하기로 계약했지만 대금 지급 없이 매도인의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만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C씨의 개입 없이 채무 인수 등 모든 조건을 부친이 합의했다. 아파트를 인수한 C씨는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20대로 명의신탁이 의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기봉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장은 "부모에게 증여를 받았지만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수상한 거래를 하거나 차용증을 썼으나 이자 지급 사실이 없는 경우 등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위법의심거래는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서 가장 많이 적발됐다. △강남구 361건 △서초구 313건 △성동구 222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 209건 △송파구 205건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역은 전체 주택거래량 대비 위법의심거래 비율도 최상위로 파악됐다. △강남구가 5.0%로 가장 높았고 △성동구(4.5%) △서초구(4.2%) △경기 과천시(3.7%) △용산구(3.2%) 순이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교란 행위를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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