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 효과 러시아 경제 핵폭탄"
28일 달러당 루블화 30% 역대급 폭락
러시아 국영은행 계열사 파산 가능성
러시아 시민들 달러화 인출 ATM 장사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서방 진영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제재가 예고된 뒤 루블화가 30% 가까이 폭락, 러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아시아 시장에서 장중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러시아 현지에선 ‘달러 사재기’ 현상이 출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리를 파격 인상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은행 파산 경고까지 나오면서 서방 진영의 대러 제재 효과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 등은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한때 30% 가까이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루블화는 아시아 시장에서 전날 종가인 달러당 83.64루블보다 약 29% 급락한 달러당 119루블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일부 회복하며 105.27루블로 마감했다.
루블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자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화폐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렸다. 또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의 국내 유가증권 매도를 금지했다.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7,330억 루블(약 10조5,405억 원) 규모의 자금도 풀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결제 시스템으로, 여기에서 빠지면 해외 송금·입금 등 모든 국제 거래가 끊겨 러시아가 석유 등의 수출 대금을 정상적으로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제재는 '경제 핵폭탄'으로 불리고 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은 러시아 국영은행 스베르방크 계열사인 스베르방크 유럽과 자회사인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영업망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르게이 알렉사셴코 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전날 개인 유튜브 영상에서 "이건 러시아에 내리는 일종의 경제적 핵폭탄"이라며 "러시아의 환율 시장에 재앙이 발생해서 결국 소련 시절처럼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스위프트 배제로 디지털 결제 앱 애플페이와 구글페이를 쓸 수 없게 돼 러시아 민간 은행들은 대신 신용·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할 것을 시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급기야 러시아 시민들은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서방 세계의 각종 제재로 루블화가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촉발된 것이다. 이날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 시민들이 달러화를 인출하기 위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이 포착됐다. 모스크바주 힘키시에 있는 한 ATM 기계 앞 광경을 촬영한 누리꾼은 "약 70명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ATM 안에 있는 돈이 40분 만에 동 나버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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