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화제작들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연극 '불가불가'·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1980년대 작품들이 잇따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선다. 산하 서울시예술단의 작품 비중을 늘려 자체 공연 콘텐츠를 키우겠다는 세종문화회관의 새 전략에 맞춰 선보이는 기대작들이다.
오는 26일 개막하는 연극 '불가불가(不可不可)'는 1988년 동아연극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을 거머쥔 당대 화제작이다. 발표 당시 반짝 주목받고 사라진 한국 현대 희곡을 재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서울시극단이 선택했다. 이 작품은 공연 하루 전 리허설 현장을 보여주면서 은유와 상징을 통해 당시 한국의 정치 현실을 그려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역사 속 신하들의 찬반 공방을 연습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관객이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목도 내키지 않지만 찬성해야 하는 '불가불(不可不), 가(可)',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는 '불가(不可), 불가(不可)'를 동시에 의미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과 달리 개인의 자아를 잃게 만드는 현대적 상황, 사회적 시스템으로 재해석했다. 혼돈과 고뇌의 상황 속에 놓인 개인을 조명하면서 관객에게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연출과 각색은 극작가 겸 배우인 이철희가 맡았고, 2019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강신구를 비롯한 서울시극단원이 출연한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4월 10일까지 열린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준비한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1985년 한국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인 숄렘 알레이헴의 '테브예와 그의 딸들'을 바탕으로 한 이 극은 1964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쓴 명작으로, 1970년대 뮤지컬 영화로도 유명하다. 1905년 러시아의 작은 유태인 마을(현 우크라이나 아나테프카)을 배경으로 가난과 역경에서도 전통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시대의 변화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지난해 서울시 뮤지컬단은 약 23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았다. 새단장을 이끌었던 정태영 연출은 올해도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오랜 세월을 무색하게 하는 충분한 감동의 음악적 웅장함과 세련되고 흥겨운 군무, 깊은 메시지를 갖췄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유대인 전통의 움직임과 현대적인 뮤지컬 안무의 적절한 조화를 유지하고자 힘썼다. 지난해 공연 당시에는 병을 활용한 화려한 군무인 '보틀댄스'가 관객의 감탄을 부르기도 했다. 유대인과 러시아인들의 대립을 다루는 극적인 군무와 함께, 생동감과 에너지 넘치는 대표적 장면으로 배우들의 엄청난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또 클라리넷, 만돌린, 피콜로 등의 솔로와 합주를 통해 유대교 전통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뚜렷하게 표현한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공연은 오는 4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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