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개봉 '더 배트맨'
개봉을 하루 앞두고 12만4,000여 명(2월 28일 오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예매했다. 설날 연휴를 겨냥해 선보였던 ‘해적: 도깨비 깃발’(6만여 명)보다 2배 정도 많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최고 흥행 영화(752만 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70만여 명)'에는 크게 못 미치나 무시 못 할 수치다. 1일 극장가를 찾는 ‘더 배트맨’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엿보인다.
①10년 만에 선보이는 배트맨 단독 영화
‘더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배트맨 단독 주인공 영화다. 슈퍼맨 등 다른 슈퍼 히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배트맨은 표류해 왔다. 배우 크리스천 베일에 이어 배트맨 마스크를 쓰고 망토를 두른 이는 벤 애플렉이었다. 애플렉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으로 배트맨 활동을 개시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 구축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였다. DCEU는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만화 회사 DC코믹스 캐릭터들로 이뤄진 영화 세계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흥행에 참패하고, 평단의 지지를 얻지도 못하면서 DCEU는 출발부터 흔들렸다. 후속작 ‘저스티스 리그’(2017) 역시 혹평을 받으며 애플렉의 배트맨은 설 자리를 잃었다. 애플렉이 ‘더 배트맨’의 연출과 주연을 맡기로 한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클로버필드’(2008)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 등을 연출한 맷 리브스가 메가폰을 잡고, ‘트와일라잇’(2008) 시리즈의 청춘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 자리를 꿰차게 됐다.
②정체성 찾는 ‘탐정’ 배트맨
‘더 배트맨’은 고담시 부호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암약한 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웨인은 어린 시절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된 모습을 목격한 고통에 시달린다. 밤거리를 떠돌다 복수하듯 범죄자들을 단죄한다. 어느 날 고담시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웨인은 의문의 사나이 ‘리들러’(폴 다노)라는 악과 맞서게 되며 도시의 음습한 비밀을 알게 된다.
‘더 배트맨’은 앞서 선보인 배트맨 영화들과 다르다. 배트맨은 감정 조절을 잘 못하며 자신만의 싸움 기술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태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90)과 ‘배트맨2’(1992),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속 냉철하고도 모든 것에 능숙한 배트맨과 결을 달리한다. 웨인과 집사 알프레도(앤디 서키스)의 사이 역시 달리 묘사된다.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 듯했던 두 사람은 ‘더 배트맨’에선 불화한다. 놀런 감독의 배트맨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고독한 영웅이었다면, 새로운 배트맨은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을 탐색하는 인물이다.
배트맨을 탐정으로 묘사하며 추리극 형식을 도입한 점 역시 새롭다. 고위층이 관여된 재개발 부패, 수수께끼 같은 연쇄살인, 단서를 찾아 떠도는 주인공의 면모는 ‘클투트’(1971)와 ‘차이나타운(1974) 등 1970년대 탐정물을 닮았다.
③속편 기대케 하는 새 출발
‘더 배트맨’이 탐정 추리극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나 액션을 무시할 수 없다. 배트맨이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장면, 배트맨이 총격을 받으면서도 상대방 여럿을 쓰러트리는 모습 등이 동공을 자극한다. 배트맨이 ‘펭귄맨’ 오스왈드(콜린 파렐)와 벌이는 차량 추격 장면은 이 영화의 시각적 정점이다. 배트모빌이 내는 엔진 굉음만으로도 심장이 공명한다.
배우든 감독이든 배트맨은 독이 든 성배다. 전작들의 성취에 사로잡힌 팬들이 적지 않아서다. 놀런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2005)를 선보였을 때 버튼 감독의 영화들과 비교 평가됐다.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더 배트맨’이 극복해야 할 유산이 됐다. ‘더 배트맨’은 캐릭터를 새로 구축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포석을 안정감 있게 놓는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은 영화다. 빼어나다고 평가하긴 어려우나 속편을 기대케 한다. 리브스 감독과 패틴슨이 합작한 배트맨은 2편 더 선보일 예정이다. 상영시간은 176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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