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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된 배트맨, '선배들'과 다른 이야기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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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된 배트맨, '선배들'과 다른 이야기 펼치다

입력
2022.03.01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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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봉 '더 배트맨'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새 출발을 알리는 영화로 탐정추리극의 얼개를 지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새 출발을 알리는 영화로 탐정추리극의 얼개를 지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개봉을 하루 앞두고 12만4,000여 명(2월 28일 오후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예매했다. 설날 연휴를 겨냥해 선보였던 ‘해적: 도깨비 깃발’(6만여 명)보다 2배 정도 많은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최고 흥행 영화(752만 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70만여 명)'에는 크게 못 미치나 무시 못 할 수치다. 1일 극장가를 찾는 ‘더 배트맨’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엿보인다.

①10년 만에 선보이는 배트맨 단독 영화

'더 배트맨'은 방황하는 모습을 통해 배트맨의 어두운 면모를 더 부각시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은 방황하는 모습을 통해 배트맨의 어두운 면모를 더 부각시킨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배트맨 단독 주인공 영화다. 슈퍼맨 등 다른 슈퍼 히어로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후 배트맨은 표류해 왔다. 배우 크리스천 베일에 이어 배트맨 마스크를 쓰고 망토를 두른 이는 벤 애플렉이었다. 애플렉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으로 배트맨 활동을 개시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 구축을 위해 만들어진 영화였다. DCEU는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만화 회사 DC코믹스 캐릭터들로 이뤄진 영화 세계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흥행에 참패하고, 평단의 지지를 얻지도 못하면서 DCEU는 출발부터 흔들렸다. 후속작 ‘저스티스 리그’(2017) 역시 혹평을 받으며 애플렉의 배트맨은 설 자리를 잃었다. 애플렉이 ‘더 배트맨’의 연출과 주연을 맡기로 한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클로버필드’(2008)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 등을 연출한 맷 리브스가 메가폰을 잡고, ‘트와일라잇’(2008) 시리즈의 청춘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 자리를 꿰차게 됐다.

②정체성 찾는 ‘탐정’ 배트맨

조이 크라비츠가 연기한 캣우먼은 배트맨과 농밀한 감정을 교환하면서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캐릭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조이 크라비츠가 연기한 캣우먼은 배트맨과 농밀한 감정을 교환하면서도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캐릭터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은 고담시 부호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암약한 지 2년이 된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웨인은 어린 시절 부모가 강도에게 살해된 모습을 목격한 고통에 시달린다. 밤거리를 떠돌다 복수하듯 범죄자들을 단죄한다. 어느 날 고담시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웨인은 의문의 사나이 ‘리들러’(폴 다노)라는 악과 맞서게 되며 도시의 음습한 비밀을 알게 된다.

‘더 배트맨’은 앞서 선보인 배트맨 영화들과 다르다. 배트맨은 감정 조절을 잘 못하며 자신만의 싸움 기술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상태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90)과 ‘배트맨2’(1992),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 속 냉철하고도 모든 것에 능숙한 배트맨과 결을 달리한다. 웨인과 집사 알프레도(앤디 서키스)의 사이 역시 달리 묘사된다.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 듯했던 두 사람은 ‘더 배트맨’에선 불화한다. 놀런 감독의 배트맨이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고독한 영웅이었다면, 새로운 배트맨은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을 탐색하는 인물이다.

배트맨을 탐정으로 묘사하며 추리극 형식을 도입한 점 역시 새롭다. 고위층이 관여된 재개발 부패, 수수께끼 같은 연쇄살인, 단서를 찾아 떠도는 주인공의 면모는 ‘클투트’(1971)와 ‘차이나타운(1974) 등 1970년대 탐정물을 닮았다.

③속편 기대케 하는 새 출발

'더 배트맨' 속 배트맨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집안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 속 배트맨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집안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더 배트맨’이 탐정 추리극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나 액션을 무시할 수 없다. 배트맨이 윙슈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장면, 배트맨이 총격을 받으면서도 상대방 여럿을 쓰러트리는 모습 등이 동공을 자극한다. 배트맨이 ‘펭귄맨’ 오스왈드(콜린 파렐)와 벌이는 차량 추격 장면은 이 영화의 시각적 정점이다. 배트모빌이 내는 엔진 굉음만으로도 심장이 공명한다.

배우든 감독이든 배트맨은 독이 든 성배다. 전작들의 성취에 사로잡힌 팬들이 적지 않아서다. 놀런 감독이 ‘배트맨 비긴즈’(2005)를 선보였을 때 버튼 감독의 영화들과 비교 평가됐다. 놀런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은 ‘더 배트맨’이 극복해야 할 유산이 됐다. ‘더 배트맨’은 캐릭터를 새로 구축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포석을 안정감 있게 놓는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은 영화다. 빼어나다고 평가하긴 어려우나 속편을 기대케 한다. 리브스 감독과 패틴슨이 합작한 배트맨은 2편 더 선보일 예정이다. 상영시간은 176분.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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