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42명의 중대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제조업 부분에선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난 데다 직업성 질병은 제외된 수치여서 사고 예방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 사망자 절반 줄었지만, 제조업은 되레 늘어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는 35건, 사망자 수는 총 4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21년 1월 27일~2월 26일)대비 사망사고는 17건, 사망자 수는 10명 줄었다.
이는 건설업의 사망자 수가 15명으로 전년 동기(30명)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영향이 크다. 반면 제조업 사망자 수는 18명으로 전년 동기(13명)보다 늘었다. 고용부는 "제조업의 경우 사망사고 건수는 작년과 같으나 다수(3명)가 사망한 경기 양주 레미콘 제조업체 매몰사고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 발생 건수가 감소했지만 법 시행 효과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중대재해법 '1호' 처벌 사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 시행 직후 작업을 중지한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16일 경남 창원의 에어컨 부속자재 제조업체에서 급성 중독으로 인해 16명의 직업성 질병이 발생한 사고는 사망자가 없어 이 수치에서 빠져 있다.
올해 전체로 확대해봐도 법 시행 전인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올해(1월 1일부터~이달 26일) 기준 사망사고는 82건으로 전년 동기(94건) 대비 12건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94명으로 전년 동기(96명) 대비 2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노동계 "엄정한 법 집행·보완 입법해야"
고용부는 법 시행 초기인 데다 실제 적용 사례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이르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한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을 다녀보면 갈수록 경각심이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며 "처벌 사례가 나오면 회사 측의 책임의식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사망사고 35건 가운데 9건(사망자 15명)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수사를 하고 있다. 건설업이 5건, 제조업은 4건이다. 나머지 26건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2024년까지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된다.
노동계에서도 중대재해법 시행만으로 산재를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엄정한 법 집행과 보완입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시행이 무색하게 기업의 안전보건 태만 경영은 변함이 없고, 여전히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고용부의 엄정한 중대재해법 집행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도 수십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했지만, 당선이 유력한 대선 후보들과 정당은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다"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선 발주처 대표자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과 건설안전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