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환경보전법 시행 7년… 수도권 설치율 특히 낮아
완충시설 설치 대상 145개 산단 중 설치완료 24개
70% 국비 지원 불구 지지부진... "지자체 의지 부족"
대전광역시는 최근 대덕구 소재 대전산업단지에 1만1,800톤 규모의 완충저류시설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갑천과 유동천을 끼고 있는 산단에서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나면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류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들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도 불의의 사고로 유해물질이 유출될 수 있는 만큼, 실질적 방어망 구축에 착수한 것이다. 대전환경연합 관계자는 "많이 늦었다"면서도 “이제라도 대전시가 설치에 나선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소리 없는 살인자’로 불리는 유해화학물질 대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완충저류시설 설치가 지지부진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나 공업지역에 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물환경보전법 개정안이 2015년 3월 시행됐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설치를 마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미 조성된 산단 내에서 용지 확보에 애로가 있다고는 하지만, 설치 비용 70%가 국비 지원되는 사업임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의지 부족과 안전 불감증이 원인으로 꼽힌다.
27일 대전시와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완충저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국내 산단 145곳 중 설치를 완료한 곳은 24곳(16%)에 그쳤다. 대전시처럼 설치 사업을 진행 중인 곳(31곳)을 포함해도 3분의 2에 해당하는 90곳(62%)에 대해선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면적 150만㎡ 이상, 특정 수질 유해물질이 포함된 폐수배출량이 하루 200톤 이상인 산단은 반드시 저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설치 예산은 정부가 70%, 지자체가 30%를 부담한다.
완충저류시설 설치 성적은 수도권 지자체들이 저조했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가 가장 소극적이었다. 관내에 설치 대상 산단과 공단이 20곳에 이르지만, 설치 완료는 물론 설치 사업을 시작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도 한 곳이 있지만 설치 계획은 없었고, 인천시는 8곳 중 1곳에서만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완충저류시설 설치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높았다. 대구시는 산단 6곳 전부 설치를 완료했고, 경북도는 18곳 중 11곳이 완료됐고 4곳은 설치가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은 1991년과 2008년 낙동강 수계인 구미와 김천공단에서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정부가 환경재해 예방에 필수 안전시설이란 판단에 따라 법 개정을 통해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7년이 지나도록 사업이 지지부진한 배경엔 촘촘하지 못한 법안과 지자체장들의 의지 부족이 꼽힌다.
국회예산처는 '2020년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안 분석' 자료를 통해 2019년 지자체의 완충저류시설 사업 집행률이 36%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 노력과 환경부의 철저한 관리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사업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의무이행기간’을 법적으로 명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2015년 개정된 법안이 일정 규모 이상 산단에 시설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기한을 정해두지 않음으로써 사업이 부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 부담을 추가적으로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300억 원 이상 사업은 민간투자(BTL)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자체에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며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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