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학대 아동 사망 후 119 연락, "형량 낮출 이유" vs "가해자 악용 가능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학대 아동 사망 후 119 연락, "형량 낮출 이유" vs "가해자 악용 가능성"

입력
2022.02.25 19:40
8면
0 0

'부모 처벌 원치 않는다' 표시에,
전문가 "아동 인권에 반하고, 2차 가해 우려"
양형위 "아이 의사 진실한지 조사 가능"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7차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벌금형 양형기준 설정 원칙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7차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 벌금형 양형기준 설정 원칙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학대로 사망하거나 크게 다친 아이를 병원에 보낸 경우 가해자의 형량을 낮추는 요소로 고려하기로 했다. 아동 전문가들은 자칫 2020년 10월 '정인이 사건'처럼 학대 가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양형위는 25일 대법원에서 '양형기준안에 대한 제17차 공청회'를 열고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해 토론했다.

양형위는 아동학대처벌법상 양형 감경 요소(형량을 낮추는 사유)로 '범행 후 구호·호송'을 신설했다. 학대를 당한 뒤 즉시 119에 신고하거나 치료를 받게 해 아동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인이 사건처럼 형식적인 호송일 수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아이를 학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권법센터 대표인 김예원 변호사는 "서울 양천구 입양아 사망 사건(정인이 사건)도 양모가 학대 후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 했고, (양부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병원에 데리고 갈까'란 형식적인 말이 있었다"며 "그동안 구호하려고 병원에 보냈다고 하면 결과적으로 감경 사유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신 '적극적인 구호·호송'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아이가 심각한 의료 상황에 처하면 관성적으로 병원에 데리고 간다"며 "아이를 살리려는 진정한 의미의 구호·호송이 이뤄졌나 볼 수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형위는 아이를 살리려는 '실질적 구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형식적인 구호·호송이었는지는 양형 심리 과정에서 따져야 한다고 맞섰다. 또 구호·호송을 감경 요소로 인정하는 살인죄, 강간치사죄와의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너 때문에 부모 감옥 가" 압박감에 처벌 불원 가능

1월 1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창원지법 진주지원 입구에서 아동학대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창원지법 진주지원 입구에서 아동학대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이 가해자인 부모나 보호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표시하는 '처벌 불원'도 감경 요소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자의 80%가 부모이고,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아이가 '나 때문에 부모가 감옥에 갔다'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릴 수 있고, 가해자와 분리가 안 돼 2차 가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혜래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장은 "처벌 불원이 실제 피해 아동 본인 의사인지, 제3자 강요에 의한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아이가 이를 결정하면서 죄책감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등 아동 인권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익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도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아이는 상식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형위는 그러나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경우 처벌 불원을 인정하는 만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재아 대검 양형정책관은 "합의 시도 중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제외하는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홍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아이의 의사표시가 진실한지 세밀하게 조사한 결과만 (감경 요소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양형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참고해 3월 중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확정한다.

류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