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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미접종 가족 격리 없다...정부, 일상회복 출구전략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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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미접종 가족 격리 없다...정부, 일상회복 출구전략 찾나

입력
2022.02.25 19:00
수정
2022.02.25 19: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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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과부하 해소 목적... 인력 4000명도 지원
지역사회 추가 전파 우려... 방역패스 명분도 상실
정점 안 지났는데... 전문가 "엔데믹 신호는 성급"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사는 미접종자도 다음 달부터 격리가 면제된다. 보건소 업무량 폭증 때문에 방역당국이 밀접접촉자 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숨은 감염자 확산은 불가피하고, 예방접종 동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격리 기준이 수시로 바뀌면서 방역도 흔들리고 있다.

한편에선 정부가 일상회복으로 가는 '출구 전략'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팬데믹(대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밀접접촉자 격리 폐지... 검사도 '의무' 아닌 '권고'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다음 달 1일부터 확진자의 동거인은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격리 의무가 면제되고, 10일간 수동감시를 받으면 된다"고 발표했다. 단 확진자의 검사일로부터 3일 안에 PCR검사를, 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를 권고하기로 했다. 학교에는 학기 초 적응기간을 고려해 내달 14일부터 적용한다.

이로써 밀접접촉자의 자가격리 의무는 사라지게 됐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대응 체계 전환 이후인 지난 9일부터 밀접접촉자가 접종 완료자(3차 접종 완료 또는 2차접종 이후 90일 이내)면 수동감시하고, 미접종자만 의무적으로 7일간 격리하도록 했는데, 3월부터는 격리를 다 없애는 것이다. 수동감시는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행동수칙 준수를 요청만 하는 거라, 따르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확진자 △해외입국자 △감염취약시설 내 접촉자만 의무적으로 격리하게 된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한 뒤 결과를 사진으로 찍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속항원검사를 한 뒤 결과를 사진으로 찍고 있다. 뉴시스

이번 조치는 보건소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확진자가 17만 명을 돌파하며 전례없는 속도로 불어나자 확진 통보를 당일에 하는 비율이 일부 보건소에선 70%에 그칠 만큼 병목현상이 심화했다. 이에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동거인보다 이미 확진된 환자의 재택치료와 병상 배정에 더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대규모 인력 지원도 병행한다. 42개 중앙행정기관 소속 3,000명과 군 소속 1,000명의 인력이 오는 28일부터 보건소에 파견돼 기초역학조사와 문자 발송 업무를 돕는다.

동거 가족 발병률 44%인데... 접종독려 정책과도 모순

오미크론 유입 초기 분석에 따르면 확진자 동거 가족의 코로나19 발병률은 44%에 이른다. 확진자 동거인 격리가 폐지되면 이들이 '숨은 감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영준 질병관리청 역학조사분석담당관은 "지역사회 추가 전파가 일부 늘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건소가 확진자 관리에 전력투구해 중증 진행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유와생명수호교사연합,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방역패스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자유와생명수호교사연합,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방역패스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미접종자가 감염 위험과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계속 독려해왔다. 이번 조치는 이 같은 방역 정책 방향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접종 동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에 차이를 두는 게 의미 없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정책 간 모순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유지할 명분도 약해졌다.

일각에선 미접종자 격리 면제 조치가 일상회복을 재개하기 위한 출구 전략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방역당국자들이 "엔데믹(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거나 "대유행의 출구 전략도 준비하겠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와 사망자는 확진자 정점을 지난 뒤 급증한다"며 "이번 조치는 엔데믹 신호를 주는 것 같아 성급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저기 다른 격리 기준... "방역 신뢰도 떨어져"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의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의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미접종 밀접접촉자 격리까지 면제하며 방역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선 반대로 방역을 강화하는 곳도 적지 않다.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7일간 격리를 마친 A씨는 남편 병간호를 위해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는데, 일반 병실이 아닌 비싼 특실에 들어가야 했다. A씨는 "격리 해제 통보를 받았는데 병원에서 감염 우려가 있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학교도 이동형 PCR검사소 운영과 밀접접촉자 관리 방안을 준비하는 등 개학 후 방역을 강화할 태세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교육당국이 학교 방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 완화 메시지는 수시로 나오는데, 정작 현실에선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기준을 내세우는 바람에 여전히 생활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오지혜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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