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빈필과 카네기홀 공연 직전 지휘자 변경 공지
푸틴 지지자인 피아니스트 마츠예프도 출연 취소
NYT "우크라이나 침공에 여론 압박 커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파장이 예술계로도 퍼졌다. '포디엄의 차르'로 불리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미국 공연 일정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이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게르기예프에 대한 미국 내 반감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 웹사이트에는 다음 날 열리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지휘자가 게르기예프에서 캐나다 지휘자인 야닉 네제 세겐으로 변경됐다고 공지했다. 같은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츠예프도 연주가 취소됐다. 구체적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여론이 악화한 탓으로 해석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빈필 측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게르기예프의 출연을 옹호했다"면서 "지휘자 교체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빠르게 고조되는 국제적 긴장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게르기예프는 이번 러시아의 공격에 대해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으나 친(親) 푸틴 인사로 이미 유명하다. 그는 2012년 푸틴의 세 번째 대통령 선거 운동을 위한 방송 광고에도 출연한 적이 있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피아니스트 마츠예프 역시 푸틴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면서 그간 미국 내에서는 게르기예프의 공연 취소를 요구하는 여론도 불거졌다. 온라인상에는 푸틴과 게르기예프의 사진과 함께 '게르기예프 취소'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퍼졌다. NYT는 "오는 5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예정된 카네기홀 공연에도 게르기예프가 지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날인 이날 우크라이나인 사상자만 최소 45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침공 이틀 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한 후 이들 국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진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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