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1.75~2.0% 인상 강력 시사한 한은
예상 넘는 고물가에 추가 대응 예고
우크라 변수도 고려 없이, 긴축만 강조 지적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올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빠른 물가 인상과 오미크론 확산세 등 불확실성 증가로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쉬어가지만, 한은의 올해 통화 정책 기조는 긴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지나치게 긴축 기조를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전망을 쇼크 수준인 3%대로 올려놓고도,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다소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5%로 동결했지만... "연내 2%까지 갈 수 있다"
이 총재는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다수는 경기와 물가, 금융불균형 흐름 등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가 연 2%에 도달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려 연 1.75~2.0%에 이를 것이란 앞선 시장의 전망'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과 한은의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5%가 돼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비록 이달엔 동결했지만, 조만간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물가쇼크'에 대응 총력 예고... 러-우크라는 변수로
특히 이 총재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한은이 향후 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하며, 지난해 11월(2.0%) 이후 석 달 만에 1.1%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자,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다시 긴축 행보를 재개할지에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오는 4월 14일과 5월 26일 예정돼 있다.
시장 안팎에선 새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5월 이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지난달까지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에 대한 효과를 지켜볼 것이란 예상이다. 이 총재도 "금리를 앞서 세 번 올렸으면 인상 효과를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하에서 파급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단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며 국내 수출 등에 악영향을 줄 경우, 한은이 계획대로 고강도 긴축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퇴임을 앞둔 이 총재가 우크라이나 변수를 고려치 않고, 시장에 너무 강한 긴축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서방이 전면전을 치를 경우, 물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은 모두 뒤바뀌게 될 것"이라며 "한은의 긴축 시그널이 너무 강하고, 다소 섣불렀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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