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개월 만에 물가 전망 1.1%p 올려
경제성장 전망은 3%로 유지
수출·소비 전망 긍정적...'스태그' 상황 아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대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3%대 물가 상승률을 전망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가뜩이나 오름세인 원자재 가격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다만 물가 전망치 상향 조정에도 불구,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 전망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과 같은 3%를 유지했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이는 한은이 불과 3개월 전에 발표한 기존 전망치(2%)보다 1.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물가 전망치 수준 자체도 2012년 4월(3.2%) 이후 약 10년 만의 최대치다. 정부 전망치 2.2%보다도 0.9%포인트 높다.
한은이 ‘물가 쇼크’ 수준의 전망치를 내놓은 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 예상을 뛰어넘은 물가 상승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개월 사이지만 물가 상승의 확산 정도가 생각보다 상당히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이후 4개월 연속 3%를 돌파했고,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우크라이나 사태는 물가 상승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았지만, 전면전이 된다면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전개될 경우, 현재 전망치보다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한은은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3%를 유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코로나 19 확산세로 하락 요인이 발생했지만,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데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효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올해 상품수출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4%로 대폭 올려 잡기도 했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2분기부터 방역조치가 완화돼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추경 또한 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을 지원해서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우려가 높아진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일축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최근 급등하는 물가와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수출 호조, 소비의 기조적인 회복에 힘입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경제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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