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고용주와 함께 거주해야 해
자가격리할 개인 거주지 없어 문제
NGO 도움에 의지하기도
홍콩의 외국인 입주 가사도우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채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고용주들이 감염 우려를 이유로 이들을 내쫓는데 입주 가사도우미 신분으로는 격리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홍콩의 외국인 입주 가사도우미들이 코로나19에 걸리면 거처를 구할 새도 없이 내쫓기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출신의 가사도우미 마리아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자 집주인이 세 가지 선택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사비로 호텔에서 격리하는 것, 두 번째는 병원에 가서 '많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 세 번째는 고용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마리아는 곧장 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계약 해지 통보였다. 갑작스럽게 살 곳을 잃은 마리아는 한 비정부기구(NGO)의 도움을 받아 임시 거처를 마련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에 걸린 가사도우미들이 노숙 생활로 내몰리는 이유는 홍콩의 고용법과 관련이 있다. 현행 홍콩법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이 고용주와 함께 거주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약 39만 명의 가사도우미들은 개인 거주지가 없어 코로나19에 걸리면 그제야 급하게 격리 장소를 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들은 NGO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다. 홍콩자유언론(HKFP)에 따르면 관련 NGO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주, 갈 곳을 잃은 가사도우미들의 도움 요청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홍콩의 입주 가사도우미 지원 단체 '헬프'는 지난 16~22일 코로나19에 걸려 쫓겨난 가사도우미 60명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쫓겨나는 입주 가사도우미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100여 명이던 홍콩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주 만에 8,000명대로 치솟았다. 홍콩 당국은 급하게 격리 숙소를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외국인 가사도우미 지원 단체 베튄하우스의 안토니오 산토요 이사는 "정부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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