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및 전력구입비 급증 타격
요금 동결에 창사 이래 최대 적자
한국전력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6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급증에 창사 이래 최대폭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팔수록 손해’인 상황은 여전하다"며 올해 적자 규모가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은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무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다.
2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은 5조8,601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9조9,464억 원 줄어든 규모다. 재작년 4조863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뤘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연료비 지출이 크게 늘고 신재생에너지 구입 등에 따른 전력구입비도 급증하면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뛰는 원료비, 멈춰 선 요금에 적자 전환
지난해 전력판매량이 늘어나면서 한전의 매출은 60조5,74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58조5,693억 원) 대비 2조55억 원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영업비용은 전년(54조4,830억 원) 대비 11조9,519억 원(21.9%) 늘어난 66조4,349억 원을 기록하면서 5조8,601억 원의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조업 평균가동률 등이 증가하면서 전력판매량은 전년도에 비해 4.7% 늘었지만,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민생활안정을 이유로 2·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 판매단가는 하락했다. 이 영향으로 전기판매 수익은 2.7% 늘어난 1조4,792억 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영업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급증한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 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 원 늘었다.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2020년 킬로와트시(㎾h)당 68.9원에서 지난해 37% 늘어난 94.3원을 기록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늘고 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율도 기존 7%에서 9%로 상향되면서 부담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 올해도 전기 팔면 팔수록 손해
더 큰 문제는 캄캄한 한전의 올해 실적 전망이다. 연내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지만, 최근까지도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세 영향까지 받으며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한 정부는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고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1㎾h당 2원 올리기로 했지만, 영업비용 상승분을 따라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조치란 게 업계 시각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요금 인상이 시작되는 2분기 전까지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고, 요금 인상보다 원가 상승이 더 크다”며 “현 요금 인상 시나리오에 변화가 없고, 80달러 내외의 유가가 유지된다면 2022년 10조 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한전이 전력구입비를 줄이려고 애쓸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발전사업자도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며 “전력산업 생태계 전체가 어려워지면서 공급안정성 훼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전은 일단 자구책을 찾겠단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시장의 가격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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