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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경쟁에 실적 악화" vs "인재 영입은 투자"... 게임계 실적 부진에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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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경쟁에 실적 악화" vs "인재 영입은 투자"... 게임계 실적 부진에 설왕설래

입력
2022.02.24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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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게임업계 동반 '실적 부진'
"신작 지연도 재택근무 영향" 주장에
"부진 원인을 다른 데서 찾지 말라"
신규 IP 개발 뒷전인 업계 비판도

국내 게임사 ‘빅5’의 영업이익 변화. 그래픽=김문중 기자

국내 게임사 ‘빅5’의 영업이익 변화. 그래픽=김문중 기자

지난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가져온 국내 게임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개발자 부족에 따른 '연봉 인상 러시'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란 지적도 흐른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무시한 채 애먼 인건비 탓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모바일 게임 중심의 개발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판과 함께 개발능력이 곧 경쟁력인 게임사 입장에서 인재 영입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재 확보를 위한 연봉 인상 경쟁으로 대다수 게임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 국내 게임사의 대표 격인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과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적게는 17%에서 많게는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7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까지 떨어졌다. 넷마블과 넥슨,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43%, 18%, 17% 내려갔다.

좋은 개발자 경쟁사에 내줄라... "1,000만 원 인상에 인건비 폭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교롭게도 이들 중 유일하게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이 72% 상승했다. 모바일 게임 신작으로 출시된 '오딘'의 성공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인건비 증가 부담이 타사에 비해 적었다. 비상장사인 스마일게이트를 제외하고, 매출 1조 원 이상의 국내 대형 게임사 5곳 중 80%가 연봉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일정부분 사실인 셈이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엔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체 재계에서 개발자 인력난으로 연봉 인상 경쟁이 벌어진 바 있다. 쿠팡을 시작으로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일괄로 올리자, 넷마블(800만 원)과 엔씨소프트(개발직군 1,300만 원·비개발직군 1,000만 원), 크래프톤(개발 2,000만 원·비개발 1,500만 원) 등 잇달아 연봉 인상에 동참했다.

신작 출시도 지연되면서 매출도 타격... "올해 인상 폭, 크지 않을 것"

지난해 인터넷·게임사 연봉 릴레이 인상. 그래픽=김문중 기자

지난해 인터넷·게임사 연봉 릴레이 인상. 그래픽=김문중 기자

게임산업은 보통 인건비 외에는 고정비가 크지 않은 업종이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종으로 손꼽힌다. 설비 투자가 많은 제조업과 달리 개발자와 경영관리 직군의 인건비와 마케팅비가 영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인건비 변동은 회사로서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인건비 증가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택근무로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신작 출시 등도 지연됐다고 토로한다. 주 52시간제의 후유증으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더 많은 개발자를 채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연봉을 인상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독 신작이 적었던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에서 비롯됐다"며 "게임사들이 출혈을 감수하고 연봉을 크게 올렸기 때문에 올해는 현실적으로 연봉 인상을 주저하는 곳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적 부진은 매출 부진의 문제... "인건비 탓은 책임 떠넘기는 것"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지난해 동반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모바일에만 집중해왔던 게임사들의 안일한 미래 전략에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신규 지식재산권(IP) 개발도 뒷전인 채 기존 인기 IP에 편승해 '현상 유지'에만 만족해왔다는 비판도 있다. 실적 부진은 비용이 아닌 매출 증가가 전망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많은 야근과 강한 업무강도 등 열악했던 개발자의 처우가 이제서야 개선됐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역량 있는 개발자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여부가 해당 게임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만큼, 개발자 처우 개선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주장이다. 한 게임개발자는 "그동안 억눌러온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연봉 상승 요구가 지난해 한 번에 몰아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연봉 경쟁을 통한 인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으로 양질의 개발자를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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