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1년 4분기 가계신용' 발표
134.1조 늘며 5년來 최대 증가 폭
이자부담에 자산가격 하락... '부실' 우려
지난 2년간 지속된 '저금리 잔치'에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 빚 규모가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값싸게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였던 사람들은, 본격화된 금리 상승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어디까지 늘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자산가격도 최근 아래로 방향을 틀면서, 가계 대출 부실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가계 빚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그 충격이 금융 등 실물경제로 전이돼, 경제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에만 134조 폭증한 가계 빚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862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단 1년 동안 134조1,000억 원 늘었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 빚이 사상 최대로 증가했던 2016년(139조4,300억 원) 이후 5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만 지난 한 해 123조8,000억 원 늘며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4분기만 놓고 보면 가계대출은 13조4,000억 원 늘어, 전 분기(34조7,000억 원)에 비해선 증가 폭이 둔화됐다.
역대급으로 불어난 가계 빚은 대출 부실 우려를 불러오면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적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불 댕긴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에 기대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과 '자산가격 하락'이란 이중고에 시달리며 빚더미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어서다.
금리 뜀박질, 자산 가격 하락 '이중고'
연초부터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대출금리는 이미 뜀박질 중이다. 전 세계가 긴축 전쟁에 나설 채비에 나선 데다,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정치권의 돈 풀기 경쟁도 시장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 지난 21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363%로 연고점을 돌파했고,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역시 연초 이후 0.5%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연 2.8%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인상될 경우 이미 5%대를 뚫은 대출금리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날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3월 금리도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특히 대출 이용자 10명 중 8명(지난해 12월 기준 17.9%)은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선택한 탓에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역시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집값과 주식가격 하락 등과 맞물리면서 상환 능력을 넘어 무리한 빚을 낸 대출자들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연 소득의 5배 이상의 돈을 빌린 대출자 10명 중 1명(9.8%)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소득의 5% 이상을 이자비용으로 더 써야 한다고 분석했는데, 이 비중은 벌이에 비해 빚이 과도한 취약차주 사이에서 더 높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향후 2, 3년간은 미국은 물론 국내 기준금리 오름세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차주들의 부담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대출자에 대한 당국과 금융기관의 신용 관리가 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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