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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택배노조 vs CJ대한통운'… 손 놓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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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치닫는 '택배노조 vs CJ대한통운'… 손 놓은 정부

입력
2022.0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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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단식' 수위 높이는 노조, 비노조와 갈등도
CJ "노조 요구 받아들일 수 없어" 입장 고수
'합의 주체' 정부는 난감… "직접 개입 힘들다"

CJ대한통운 파업사태 대화 해결 촉구를 위한 전국택배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1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원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CJ대한통운 파업사태 대화 해결 촉구를 위한 전국택배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1일 오후 전국택배노동조합원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택배요금 인상분 사용처를 둘러싼 전국택배노동조합과 CJ대한통운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제안한 대화 시한인 21일이 됐지만 CJ대한통운이 꿈쩍도 하지 않자, 노조 쪽에선 굶어죽겠다는 '아사단식'을 내걸었다. 사회적 타협을 내세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아사단식'까지 치달은 농성… 노노갈등도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홍인기 기자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전국택배노동자대회에서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이날부터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에 돌입했다. 홍인기 기자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열고 진경호 위원장이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신 CJ대한통운 본사 1층과 3층에서 벌이던 점거농성 중 3층 농성은 해제하기로 했다. 비판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하지만 대화 성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택배요금 인상분이 기사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노조, 이미 기사 일감을 줄이는 분류작업 자동화에 쓰이고 있다는 CJ대한통운, 양측 모두 물러설 기미가 없다.

파업 장기화는 노노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전국 비노조 택배기사연합 김슬기 대표는 택배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CJ대한통운 본사를 찾아가 "쿠팡 같은 유통사가 택배까지 사업 확장을 노리는 시점에 연대파업까지 주도해 택배기사 밥그릇을 깨부수고 있다"고 택배노조를 비판했다.

"정부는 뭐하나" 높아지는 중재 요구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방문해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김슬기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 대표. 뉴스1

21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에 방문해 파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김슬기 비노조 택배기사 연합 대표. 뉴스1

정부, 사용자, 노조가 함께 결론을 도출한 '사회적 합의'는 합의 이행 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 관리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명시해뒀다. 지금이라도 국토교통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종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CJ택배 공동대책위원회 역시 갈등 장기화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적 합의의 또 다른 주체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관계자 또한 "누구 주장이 맞는지, 국토부가 최소한 확인이라도 하는 것이 사회적 합의 취지에 맞다"고 밝혔다. 결이 조금 다른 주장이긴 하지만 비노조 측 김슬기 대표도 "왜 정부는 '노사문제'라면서 수수방관하냐"고 비판했다.

국토부 "회사 팔 비틀어 돈 더 주라 할 순 없다"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사회적 합의에서 정부가 향후 맡게 될 '점검과 관리' 역할은 택배기사 노동시간을 줄이는 전반적인 환경 조성의 문제였지, 세부적 비용 문제까지는 아니었다고 보고 있어서다. 영업기밀을 이유로 CJ대한통운 측이 세부적인 비용 지출 내용에 대한 구체적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 한들, 이를 강제할 권한도 없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달 24일 그간 합의가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국 택배터미널 25곳의 분류인력 투입현황을 확인했다. 국토부는 주 4회 이상 이런 방식으로 택배기사들의 전반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확인, 점검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근로 조건을 들여다 볼 수는 있겠지만, 임금을 얼마 올려라 말아라고까지 정부가 나서서 지정해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인상분 분배 내용을 확인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국민들 피해가 있으니 비용 검증이 가능한지 한번 살펴보겠다"고 했다.

경찰도 "쟁의행위 적법 여부, 아직 밝히기 어렵다"

정부의 곤혹스러움은 경찰 수사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하는 과정에서 폭행, 주거침입 등의 혐의가 보이는 25명을 골라내 그 가운데 8명에게 1차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점거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은 극히 말을 아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노조의 쟁의행위 적법 여부나 CJ대한통운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낸 지난해 6월 회의에 참석했던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와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오른쪽),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오대근 기자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잠정 합의를 이끌어 낸 지난해 6월 회의에 참석했던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가운데)와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오른쪽),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오대근 기자

이 때문에 대선 국면이라 정부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괜스레 해결하겠다고 나섰다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까 조심스러울 거라는 게 산업계 해석이다. 한 관계자는 "양측 입장이 워낙 강경해 국토부를 비롯해 그 어느 곳에서도 나서질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서현정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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