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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쓴 '위장 깃발 작전'…일본·독일도 애용한 전쟁 명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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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쓴 '위장 깃발 작전'…일본·독일도 애용한 전쟁 명분 만들기

입력
2022.02.21 19:00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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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조작해 침략 구실 만드는 작전
푸틴 대통령 집권 과정서부터 이용 의혹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독일도 사용해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포격이 발생한 후 한 마을 주민이 파손된 자신의 집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20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포격이 발생한 후 한 마을 주민이 파손된 자신의 집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상대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누명을 씌워 공격의 빌미를 만드는 수법인 '위장 깃발 작전(false flag operation)'은 역사적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장 깃발 작전을 가장 잘 이용하는 인물로 꼽힌다. 실제 집권 과정에서부터 그는 이 작전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샀다. 1999년 모스크바와 볼고돈스크의 쇼핑몰과 아파트 등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3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총리 대행이었던 푸틴 대통령은 체첸공화국 반군을 배후로 지명,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폭격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그는 이때의 인기를 바탕으로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새로운 차르(황제)가 탄생한 핵심적인 사건이었는데, 이후 그가 수장으로 있었던 연방보안국(FSB) 소속 요원들이 테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주요 정보원이 독살당하면서 의혹은 미제로 남았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위장 깃발 작전이 사용됐다. 당시 러시아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크림반도에 나타나 본인들은 '러시아 합병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주민'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가 러시아 특수부대원이라는 게 밝혀졌다. 미국 등 서방에서 최근 러시아 언론이 보도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친러 반군 선제공격설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인 집단학살’ 등을 대표적인 위장 깃발 작전으로 보는 배경이다.

전쟁의 빌미이자 기폭제가 되는 위장 깃발 작전은 2차 세계대전 때도 위력을 발휘했다.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은 독일의 자작극으로 시작됐다.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를 받은 나치 친위대 하인리히 힘러는 폴란드 국경과 인접한 도시 글라이비츠의 한 방송국에 독일 장병을 보내 '폴란드 병사인 척’ 독일에 대한 전쟁 선언문을 낭독하도록 했다. 독일은 다음날 선제공격에 대한 반격이라는 구실로 폴란드를 습격했다.

같은 해 소련과 핀란드 간 ‘겨울 전쟁’도 소련이 핀란드 국경 인근 자국민 마을을 포격하면서 발발했다. 소련은 핀란드와의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기 위해 이 공격을 핀란드군이 저지른 것처럼 위장했으나, 결국 소련 국가보안국이 수행한 조작으로 판명이 났다.

앞서 1937년 중일전쟁의 계기가 된 ‘노구교 사건’ 역시 일본의 조작이었다. 7월 7일 중국 베이징시 외곽 노구교에서 일본군이 사격 훈련을 실시하던 중 중국군이 발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성이 들렸다. 일본군은 병사들을 불러 모았지만 이등병 한 명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에 '중국군이 선제공격을 했고 병사 1명이 실종됐다'는 보고를 올린다. 병사는 금방 복귀했지만, 일본군은 '중국의 계획적 공격'으로 조작하고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만주사변의 구실로 삼기 위해 중국 류탸오후우 만철선로 폭파사건(1931년)도 일본군의 자작극이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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