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상반기 극장가 최고 화제작은 ‘미나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113만 명을 모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미나리’ 같은 독립ㆍ예술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기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미나리’ 흥행 원동력은 배우 윤여정이었다. 이 영화로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관객이 몰렸다. 4월 25일(미국시간)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에는 1일 관객 수가 수상 전보다 3배가량 치솟기까지 했다. ‘오스카 효과’를 제대로 본 셈이다.
올해도 여러 영화들이 오스카를 앞세워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6일 ‘리코리쉬 피자’가 개봉한 데 이어 ‘나이트메어 앨리’와 ‘시라노’가 23일 나란히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다. 다음 달 27일 열릴 제94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리코리쉬 피자’는 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나이트메어 앨리’는 4개 부문(작품상 촬영상 의상상 미술상), ‘시라노’는 1개 부문(의상상) 후보에 각각 올라 있다.
다음 달 개봉할 오스카 후보작들이 여럿 있기도 하다. 여우주연상 후보작 ‘스펜서’가 다음 달 16일 극장가를 찾는다. 7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조연상 등) 후보에 오른 ‘벨파스트’가 다음 달 23일, 6개 부문(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후보에 지명된 ‘킹 리차드’가 24일 각각 공개되기도 한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패러렐 마더스’는 3월이나 4월 개봉이 유력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6만 관객을 모으며 장기 상영 중인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후보)까지 포함하면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이 초봄 극장가를 점령하는 모양새다.
2, 3월은 극장가의 전통적인 비수기다. 설날 연휴를 겨냥한 한국 대작들의 흥행세가 꺾이는 시기인 데다, 개학을 맞으면서 관객이 줄어 대형 상업영화가 개봉을 피하는 때였다. 오스카 효과를 노린 후보작들이 극장가를 찾으며 숨통 역할을 해줬다.
2020년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덮치면서 초봄 보릿고개는 더 가파르고 높아졌다. 극장가가 오스카 효과에 거는 기대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GV는 매년 열었던 ‘아카데미 기획전’을 올해의 경우 1, 2차로 나눠 선보인다. 23일부터 오스카 후보작 9편을 먼저 상영하고, 다음 달 2일부터 8편을 추가해 다음달 30일까지 모듬 상영한다. 기획전 상영작 수는 지난해(11편)보다 6편이 늘었다. 부탄 영화로 최초로 오스카 후보(국제장편영화상)가 된 ‘교실 안의 야크’, 3개 부문(작품상 남우조연상 각색상) 후보작 ‘코다’ 등 상영이 종료된 수작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올해 최다인 12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후보작 ‘파워 오브 도그’, 3개 부문(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작 ‘돈 룩 업’, 2개 부문 후보작 ‘틱, 틱… 붐!’ 등 넷플릭스 영화들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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