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강조로 '애민 리더십' 극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올라탔다. 함경남도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 연설을 마치고 떠나는 길이었다. 그대로 행사장을 빠져나갈 것처럼 보였던 차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참석자들이 떠나는 차량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든 탓이었다. 이윽고 김 위원장이 열린 선루프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고, 미소와 함께 손을 번쩍 들자 좌중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예상치 못한 ‘깜짝쇼’에 경호진은 청중들을 떼어내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엄청난 인기를 과시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다분히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어 대중과 접촉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찾았을 때 ‘카 퍼레이드’를 하며 환영 인파를 향해 손을 흔든 적은 있지만, 국빈을 예우하는 차원이었다. 김 위원장의 신체 노출은 신변 안전과도 직결된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인파가 차량을 향해 달려 들어 경호진과 충돌까지 불사한 건 철저한 ‘계산’ 없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이유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민생’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이 방문한 연포온실농장은 그가 추진하는 ‘농촌 현대화’의 산실이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제4차 전원회의에서 농촌사업 등 먹고사는 문제를 집중 논의한 북한 당국은 연포온실농장을 대민 성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에 맞춰 채소 생산에 필요한 설비 완성을 선전하는 것도 ‘애민 리더십’의 일환이다.
‘스킨십’을 한층 강화해 충성심을 고취하겠다는 포석 역시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연포온실농장뿐 아니라 화성지구 1만 가구 살림집 건설 등 각종 핵심 건설 사업에 군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 착공식 연설에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건설 문화를 인민군대에 의해 또다시 창조해야 한다”고 독려한 것은 건설 사업을 맡은 군 부대들의 경쟁을 유도하고,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 단결성을 과시하는 행보로 분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일 “최고지도자가 많은 대중을 한 번에 만나는 수단으로 차량만 한 게 없다”며 “현장에서 직접 군과 주민을 응원하는 모습을 연출해 절대적 충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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