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와 부라보콘이 손을 잡은 데 이어 월드콘과 돼지바가 한 식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익성 악화 위기를 맞은 빙과업계가 가격 줄인상에 이어 합병까지 검토하면서 몸집 키우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와 롯데그룹 식품 헤드쿼터 부문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사업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같은 간판을 단 두 회사의 빙과사업 합병 얘기는 꾸준히 시장에서 흘러나왔지만, 최근엔 구체적 수준의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제과는 17일 "현재까지 빙과사업 합병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아이스크림 사업을 합병하면 롯데는 빙과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제조사로 올라선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에서 롯데제과는 30.6%를,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사업부문을 흡수한 빙그레는 40.3%를 각각 가져갔다. 이 상황에서 만약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빙과사업이 합쳐질 경우 롯데의 빙과시장 점유율은 45.2%로 '빙그레 연합군'을 넘어서게 된다.
아이스크림 업계가 이처럼 잇따른 짝짓기로 조직 효율화를 추구하고 나선 이유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국내 빙과시장의 입지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빙과시장 규모는 2018년 1조6,817억 원 수준에서 2020년엔 1조5,432억 원으로 줄었다. 3년간의 연평균 감소율이 -5.67%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총 매출은 6,6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소비자 층이던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소매점이 '갑'인 기형적인 유통 구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올 들어 전 제조사는 일제히 아이스크림 가격의 상향 조정과 함께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빙그레가 지난달 27일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가격을 다음 달부터 올리겠다고 밝혔고 롯데제과에선 월드콘, 설레임 등을 소매점에서 임의로 할인 판매하지 못하도록 가격정찰제를 도입했다. 하겐다즈도 이달 초부터 파인트와 미니 가격을 7~8% 올렸고, 롯데푸드는 다음 달부터 튜브형 아이스크림 10여 종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빙과업체에 아이스크림값 담합 혐의로 1,35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올해도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공정위는 2016년 초부터 약 3년 반 동안 제조사들이 납품가격 인상 및 행사품목 제한 등 담합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각 업체에 240억~480억 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엔 과징금이 영업이익을 넘어선다.
다만 빙그레와 해태에 이어 롯데그룹 빙과사업까지 손을 잡고 시장이 양분된다면, '담합'으로 볼 만한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악화하는 시장 상황에 과징금까지 더해져 아이스크림 업계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며 "위기 타개를 위해 당분간 시장 상황이 계속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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