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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너무 많아지면 힘들다는 직원들, 기업 마인드 심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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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너무 많아지면 힘들다는 직원들, 기업 마인드 심어줬죠"

입력
2022.02.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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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재훈 영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김재훈 영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김재훈 영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고향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타협했을 겁니다."

김재훈(69) 영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한화그룹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기업인 출신인 만큼 낯선 공기업 문화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20년 4월 이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습과의 전쟁'을 치렀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까지 더께더께 눌러붙은 관습과 편견을 벗겨내느라 고군분투한 시간들이었다.

"대기업을 벤치마킹해서 케터링(단체급식) 사업을 도입하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 직원이 이러더군요. '사업이 성공해서 손님이 너무 많아지면 안 된다.' 망치를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 하더군요."

고향 친구들은 그에게 "말년에 뭘 그리 열심히 하느냐. 이렇든 저렇든 월급 나오는데, 물 흐르듯 순순히 아랫사람들 따라가라"고 타박했다. 건강을 염려해 해주는 말이었지만 조용히 지낼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영천의 장점인 교통이나 자연환경 등을 잘 활용하면 수도권의 남이섬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옥을 발견했으면 밖으로 나가 팔아야지요. 제가 노골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봄날' 없는 민간 기업 분위기를 이식하고파"

김 이사장의 원래 꿈은 신부였다. 신자였던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5남매 중 막내였던 그의 학비를 부담하기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대구로 나가 선목소신학교 1회 졸업생이 됐고, 이후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역시 1회로 졸업했다.

"돈도 없었고, 졸업한 학교가 1회 졸업이어서 줄도 빽도 없었죠. 믿을 건 제 자신의 부지런함과 열정뿐이었어요. 지금까지 여러 보직들을 거치며 나름의 성과를 냈던 것도 이런 마인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박함에서 비롯된 적극성과 열정적 마인드는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됐다. 한화그룹에 입사해 18년 동안 한화 비서실을 비롯해 더프라자호텔, 한화솔루션, 한화자산운용, 북일학원 등 7개 자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김 이사장은 "'촌놈이라서 안 된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시간을 아껴가며 일을 배우고 힘든 업무가 맡겨져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를 해내려고 애썼다"면서 "퇴직 후 단국대학교에서 5년간 산학협력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그런 '촌놈'의 절박한 마인드로 덤비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성장시킨 것은 열정과 성실성만이 아니었다. 운이 따랐다. 비서실에 배치된 덕분에 두 명의 회장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그곳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총수로서의 책임감 등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내가 곁에서 지켜본 대기업 총수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회사의 생사를 위해 고민하는 리더들이었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한 달에 책 30~40권은 거뜬히 읽던 고(故) 김종희 회장, 계열사를 절반 이상 내다 파는 결단을 실행해 IMF를 극복한 김승연 회장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까지 잊히지 않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기업은 하루아침에라도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습니다. 폭염과 혹한이 반복되는 곳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늘 대비하고 결단해야 합니다."

공기업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와보니 봄날의 연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업 DNA'를 전수시키는 것 외에는 분위기를 개선할 방법이 없었다.

"전국 88개 시설관리공단 중 기업인 출신 이사장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근무 문화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영천의 경우 기업의 DNA가 어느 정도 스며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설관리공단이 사뭇 능동적이 된 만큼 시민들도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도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같아"

김 이사장의 임기는 2023년 4월까지다. 3년 임기 중 마지막 1년을 남겨둔 만큼 올해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영천이 문화 관광의 도시로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면 영천을 축제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운주산 승마 훈련장, 보현산 천문대, 신령오토캠핑장 등을 연계해 다채로운 행사를 계획 중이다. 영천 한의마을 연못 활성화를 위해 영천 출신 백신애, 하근찬 작가의 소설을 정리해 '문학 거리'를 조성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공단 자체 영업팀을 설치하고 새로운 CI를 제작해 이미지 브랜딩 작업을 진행하는 등 적잖은 진보를 이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는 상반기 주력사업으로 영천 자체 이미지를 브랜딩하려고 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관광객들은 그 누구보다 디자인에 예민하다는 판단에서다. 직접 새해 인사 현수막을 디자인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 선수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고 하더군요. 변화에 대한 함축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계속해서 시도하고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내어 활기가 넘치는 영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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