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영화 '소설가의 영화'로 베를린영화제서 심사위원 대상 수상
홍상수 감독이 3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은곰상은 최우수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에 이어 두 번째 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연기상 등 수상자에게 수여된다. 홍 감독이 이번에 받은 상은 심사위원 대상이다.
제72회 베를린영화제는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시상식을 열고 '소설가의 영화'를 연출한 홍상수 감독에게 심사위원 대상을 안겼다. 영화제 측은 이 영화에 대해 "우연한 만남의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정직하지 않은 영화 세계에서 진실함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홍 감독은 2년 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았고,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론 각본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홍 감독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매우 놀랐다"면서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영화제의 모두에게 감사하다. 뭐라고 말을 더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하던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짧게 수상 소감을 마친 그는 연인이자 이번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민희를 무대에 불렀고, 김민희는 "오늘 상영에서 관객들이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해줬다는 걸 느꼈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못하고 내려왔다"면서 "정말 감동적이었고 영화가 상영됐던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감독은 유독 베를린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것만 2008년 '밤과 낮'부터 이번 영화까지 여섯 차례고 그중 네 차례 수상했다. 첫 번째 수상작이었던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5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대부분의 영화를 함께해 오고 있다. 이번 영화는 두 사람이 감독과 배우로 함께한 9번째 영화다.
홍 감독의 27번째 장편 '소설가의 영화'는 흑백 영화로 소설가 준희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준희는 혼자 타워에 올라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고, 공원을 산책하다 여배우 길수를 만난다. 홍 감독의 전작 '당신 얼굴 앞에서'에서 주연을 맡았던 중견 배우 이혜영이 소설가 준희를 연기했고, 김민희는 길수 역으로 출연했다. 이밖에 홍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들인 서영화 권해효 기주봉 등도 참여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스페인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이 '알카라스'로 황금곰상을 차지하는 등 여성 영화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총 8개의 황금곰상·은곰상 시상 부문 중 홍 감독이 받은 심사위원 대상과 캄보디아 출신의 리티 판 감독이 받은 예술공헌상을 제외한 6개 부문 트로피를 여성 영화인이 휩쓸었다. '알카라스'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가족이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지으려는 기업에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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