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퍼시픽리솜 소유 호반그룹 앞 기자회견
"일괄 방류 아니라 개체별 맞춤형 최선의 방안 마련"
핫핑크돌핀스와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등 11개 시민단체들은 돌고래 체험시설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을 소유한 호반그룹에 남은 돌고래 3마리에 대해 개체별 맞춤형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말 퍼시픽리솜은 돌고래쇼 사업을 중단했지만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와 큰돌고래 '태지', '아랑이'가 아직 남아있다.
이들은 1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퍼시픽리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반그룹은 불법포획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를 원 서식지인 제주 바다에 방류하고,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를 위해서는 바다쉼터(보호시설)를 조속히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호반그룹은 돌고래 방류를 결정하고 전문가·유관단체들과 협의를 가져 왔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호반그룹의 돌고래쇼 사업 중단과 방류 발표에 대해 시대흐름에 맞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면서도 준비 없는 일괄 방류를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는 서식환경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 방류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족관 돌고래 야생방류는 야생 본능을 충분히 회복하도록 한 다음 원서식지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들은 제주 바다가 고향인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의 경우 야생 돌고래들이 자주 관찰되는 곳에 야생적응훈련장을 마련, 충분한 훈련기간을 갖고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장치를 달아 방류할 것을 제안했다.
반면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이는 큰돌고래 무리를 만나기 어려운 한반도 해역이나 원 서식지인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마을 앞바다에 방류하기 힘든 만큼 바다쉼터 조성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야생 방류는 매우 신중히 이뤄져야 하며 다른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마지막 대안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경비절감과 책임회피를 위해 돌고래들을 다른 수족관으로 이송하는 것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해외에서 기업주도로 수족관 동물을 위한 바다쉼터가 조성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국적기업인 멀린엔터테인먼트사는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협력해 아이슬란드에 벨루가(흰고래) 바다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미국 볼티모어국립수족관 역시 플로리다에 큰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 추진되고 있는 고래류 바다쉼터 프로젝트도 여러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관련기사보기: "바다쉼터는 인간이 고래에게 진 빚을 갚는 유일한 길")
이들은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발맞춰 호반그룹 역시 큰돌고래의 경우 생존이 불투명한 야생방류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바다쉼터 조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핫핑크돌핀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제주동물권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제주녹색당, 제주동물권행동NOW, 제주동물사랑실천 혼디도랑, 직접행동DxE, 환경운동연합 등 11개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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